현대차도 충전 방식 바꾸나? [車의 미래]①

박대기 2023. 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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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될 자동차 5대 중 1대는 전기차가 될 거로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했다. 2030년에는 이 비중이 3대 중 1대로 늘어난다.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충전 단자 문제와 자율주행 문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아이폰이 포기한 자체 충전단자, 테슬라 고집은 성공?

전기차 시장 충전단자 표준화는 스마트폰 시장과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아이폰은 충전단자로 세계 각국의 표준인 USB-C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 규격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유럽의 규제로 다음 아이폰부터는 USB-C 형식으로 충전단자를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에는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여겨졌던 CCS1/2 대신에 테슬라 자체 규격인 NCSA가 최소한 미국 시장에서는 표준에 가까운 지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 벤츠, 너마저?

테슬라 충전 규격(NACS 규격)에 동참한 자동차 회사가 하나 더 늘었다. 벤츠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충전 옵션을 늘렸다"면서 "자체 충전소를 건설하는 동시에 테슬라 슈퍼차저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벤츠가 테슬라 규격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면서 공개한 사진


벤츠는 ①내년부터는 어댑터를 이용해 벤츠 전기차도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② 2025년부터는 북미 시장에서 어댑터가 없어도 테슬라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벤츠 전기차 내에 테슬라용 충전 단자를 넣는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2030년까지 벤츠는 전 세계에 2천 곳 이상의 자체 충전소를 건립해, 테슬라에 종속되지는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포드와 GM, 리비안과 볼보, 폴스타에 이어 독일 자동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벤츠까지 테슬라 충전 규격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표준으로 여겨졌던 CCS1(DC콤보1) 규격에 남아있는 현대차와 폭스바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깊어지는 고민, 국산 전기차의 선택은?

전기차 충전 단자는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CCS1이 사실상 표준이었고 유럽은 CCS2, 일본과 중국은 차데모와 GB/T, 차오지 등 독자 규격을 개발해오고 있다. 그러던 중에 테슬라의 독자 규격으로 미국 내 상당수 전기차 업체들이 순식간에 넘어가 버린 형국이다.

지역별 전기차 충전 표준규격 (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현대차에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인지 아닌지를 문의했다.

질문1) 지역별로 NACS/CCS1/CCS2를 각각 판매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한쪽으로 통일시킬 것인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NACS 규격으로 전환을 어느 정도까지 고려 중인지요?

현대차 답변: 고객의 충전 경험 측면에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현대차 기아의 주력 EV는 800V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500V인 슈퍼차저로 연결될 경우 오히려 충전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고객분들의 의견도 청취해 나갈 계획입니다.

질문2) 현대차/기아가 NACS로 전환하거나 NACS 충전을 허용할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충전 플랫폼, 결제 플랫폼이나 보험, 태양광 등 연관 산업을 뺏기게 될 우려가 제기되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현대차 답변: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사업과 연계해 고객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충전 방식이 NACS로 전환될 경우 이러한 EV 충전 생태계를 한 업체가 잠식하게 될 우려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 그룹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EV 생태계와 관련한 중장기적인 기회 요인 관점에서도 세밀히 분석할 계획입니다.

환경부의 류필무 대기미래전략과장은 "테슬라 충전 방식이 표준이 아니므로 정부에서 채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수출과 관련해 어떻게 표준이 진화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 테슬라에게 득인가 실인가?

다만 일련의 사건 진행이 테슬라에게 꼭 득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테슬라 운전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충전소를 타사 차량 이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 이용자는 그동안 자체 충전소나 어댑터를 이용한 일반 충전소 이용을 모두 할 수 있었는데, 타사 차량 이용자도 비슷한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혼잡한 한국의 고속도로 충전소를 떠올려보면, 이게 차라리 타사 전기차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벤츠가 자체 충전사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나 현대차가 'EV 충전 생태계'를 거론한 것처럼 다른 회사 역시 순순히 충전 주도권을 뺏기진 않겠다는 태세다.

국산 전기차는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 직격탄에 맞은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는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의 판매를 늘려 가까스로 미국 시장 2위는 지켰다. 전기차의 앞날에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 셈이다.

■ 내 전기차, 표준 바뀌면 충전 못 하나?

만약 앞으로 규격이 바뀌더라도 다른 충전규격으로 제작된 전기차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류 과장은 "표준이 바뀌어도 이미 충전기 24만 기 대다수가 CCS 방식이다. 인프라가 갑자기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고 소비자가 당장 걱정할 건 없다"고 단언했다. 현대차도 기존 고객의 불편이 없을 거라고 밝혔다.

질문3) 나중에 만약 국내에 NACS 규격의 충전기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보편화 됐을 때 지금 판매되는 CCS1 규격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를 산 사람도 충전할 수 있을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어댑터 설치나 고속 충전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현대차 답변: 기본적으로 CCS1와 NACS 공학적 구조는 거의 동일합니다. 특별한 설계 변경 없이 별도의 어댑터만으로도 충전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기존 전기차 고객들께서 불편을 겪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테슬라는 올해 초 CCS1 전기차가 슈퍼차저에서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 Magic Dock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테슬라도 CCS 규격의 어댑터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9만 9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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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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