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우려에도…" 이커머스, 배송 경쟁 다시 불붙은 까닭

한전진 2023. 7. 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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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배송 전쟁 2라운드 치열
익일·해외배송으로까지 전선 확대
수익성 악화 속 '마지막 기회' 인식

이커머스 업계가 '배송 전쟁 2라운드'를 벌이고 있다. 쿠팡 등 선두 그룹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존재감을 내세우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것이란 위기의식에서다. 특히 엔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가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들은 저마다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젠 로켓·새벽배송을 넘어 익일·해외배송까지 경쟁 영역이 확대하는 중이다. 문제는 실적이다.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관련 투자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제히 '배송' 강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최근 익일배송 서비스 '쓱원데이(1DAY)배송'을 시작했다. 당일 오후 11시까지 상온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한꺼번에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가공식품은 물론 생필품, 패션, 스포츠, 반려동물용품까지 공산품 등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고, 여러 품목을 동시에 주문해도 한 박스에 담아 배송하는 등 차별점을 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SSG닷컴과 식구인 G마켓은 이달 '스마일배송'의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했다. 스마일배송은 G마켓이 지난 2014년 도입한 익일합포장 서비스다. 지난 3일부터 유료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이 '스마일배송' 상품을 1만5000원 이상 사면 횟수 제한 없이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배송 관련 혜택도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G마켓은 앞으로도 신세계와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11번가도 지난해 도입한 익일배송 '슈팅배송'의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최근에는 삼성·LG전자 등 가전제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무료 배송·설치해 주는 '슈팅설치' 서비스도 개시했다. 오후 2시~3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제품 배송·설치가 완료된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날짜를 정할 수 있는 '희망일설치' 서비스가 강점이다. 

커지는 'C'의 존재감

컬리는 당일배송 테스트에 나섰다. 컬리는 지난달 말 2주 동안 '오늘 저녁 뭐 먹지' 라이브 방송을 시범 진행했다. 이는 유명 맛집의 간편식 세트를 점심 시간에 주문하면 저녁 전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컬리는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정식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컬리는 물류센터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컬리는 이달 3일 총 8개층, 19만9천762㎡ 면적, 축구장 28개 크기의 평택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쿠팡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해외 직구·역직구 경쟁력 높이기도 한창이다. 최근 큐텐에 인수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는 빠른 해외 배송에 집중하고 있다. 큐텐의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각각 빠른 배송서비스 T프라임, W프라임, I프라임을 선보였다. 큐익스프레스가 진출한 글로벌 11개국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보관하다가 주문이 확인되면 즉시 배송이 이뤄진다. 해외 배송을 5일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게 큐텐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업계가 배송 경쟁력 높이기에 나선 것은 '메기'인 쿠팡 탓이 크다. 그동안 말로만 외치던 '계획된 적자'를 실현시켰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연속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그 어느때 보다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점유율도 1위를 차지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23.3%), SSG닷컴·G마켓(11.5%), 11번가(7%)와 티몬·위메프(6.7%)로 나타났다. 

더 늦기 전에 '베팅'

엔데믹 '옥석 가리기' 효과도 있다. 현재 온라인 쇼핑은 예전처럼 큰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상위 사업자 쏠림이 심해지는 추세다. 소비자가 정말 필요한 몇 곳만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19조246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성장률은 지난해 8월(15.9%)를 기록 후 계속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상위 그룹이 아닌 사업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차별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지금의 판도가 더 굳어지기 전에 베팅을 감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확하고 빠른 배송만큼 효과적인 록인(Lock-in·고객 가두기) 수단은 없다. 이런 까닭에 업체들은 배송 고도화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의 배송 경쟁이 다시 불붙은 이유다. 

다만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의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빠른 배송은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류센터 등 설비는 물론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따른 영업손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쿠팡은 아직 6조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외의 대다수 이커머스들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배송 경쟁 2라운드는 쿠팡 등 상위 그룹 보다 이하 사업자들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는 특징"이라며 "속도 이외에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재편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올해가 이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 의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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