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좌절·VNL 전패 아픔' 이다현 "더 착실히 준비하겠다"
어느덧 프로 데뷔 5년 차를 맞은 미들 블로커 이다현(22·현대건설)에겐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딛고 반드시 팀의 우승을 이끌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은 지난 2022-2023시즌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무서운 상승세로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즌 중 외국인 선수 야스민(27)과 주전 리베로 김연견(30) 등 주축 선수들의 잇딴 부상 후 하락세를 탔다.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PO)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일격을 당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만큼 이다현은 새 시즌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 새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현대건설은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경상남도 고성에서 전지 훈련을 실시한다. 10일에는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평소와 다른 색다른 훈련을 소화했다. 코트에서 진행하는 기술 훈련이 아닌 모래 해변에서 팀 단합을 목적으로 진행한 훈련이었다.
선수들은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이다현은 "평소와 달리 야외에서 훈련을 해서 숨통이 트이고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면서 "지난해에는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 처음 해보니 재미있는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전지 훈련이긴 하지만 워크숍 느낌이 들었다. 서로 장난을 치면서 체력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9-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현은 어느덧 5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시즌을 준비할 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걸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지난 시즌들을 돌아봤다.
하지만 새 시즌에 대해서는 유독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듯했다. 특히 지난 시즌 PO에서 도로공사에 패하면서 우승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이다현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때부터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면서 "올해부터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실력도 성장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예기치 못한 악재 탓에 우승 경쟁에서 밀렸지만 이다현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플레이오프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첫 플레이오프였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와서 책임감이 컸다"면서 "이런 상황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하려고 한다. 모든 변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새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도입된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이 시통(24·174cm)을 지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V리그 경험이 풍부한 모마(30·184cm)를 영입했다.
이다현은 팀에 변화가 많은 만큼 기대되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새롭게 합류할 태국 출신 위파이와 호흡을 맞출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는 "태국 리그는 우리보다 상위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국제 대회에서도 위파이를 비롯한 태국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파이가 V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웃었다.
본인 역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다현은 "미들 블로커에겐 블로킹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수비수들이 편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터인 (김)다인이와 최근 국제 대회에 다녀와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많았다"면서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다현은 지난달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3년 연속 VNL에 참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 2021년부터 VNL에서 2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태극 마크의 무게감을 느끼고 돌아온 이다현이다. 그는 "지난해와 결과가 같아서 너무 아쉽다. 우리가 정말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최근 리그 자체적으로 공인구를 미카사볼로 교체하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성적은 전패였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자 배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끈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이 태극 마크를 반납해 세대교체를 감행했다. 이에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다현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우고 온 점이 많았다. 그는 "항상 국제 대회에 나가면 배우고 오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성장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보단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출전 기회가 많아졌는데 하고 싶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올해는 분석한 것들을 경기 때 계속 생각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게 달라진 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회 연속 전패를 당한 만큼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이에 이다현은 "예전에는 폴란드 등 강팀을 만났을 때 키만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 밀려서 진다는 느낌이었다"면서 "최근에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도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둬야 되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배구의 흐름에 발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다현은 대표팀처럼 소속팀에서도 한 층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팀에 전력 누수가 있는 만큼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했다.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고 한 단계씩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지난 시즌과 다른 경기력으로 팬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성=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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