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시다 관저 찾아가 "세계인이 반대"… 與 "국격 추락" [日 오염수 8월 방류]

김현우 2023. 7.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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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축 의원단·어민대표 4인
日 국회서 연좌농성 등 원정 여론전
우원식, 방류 반대 단식 2주만에 중단
당 ‘오염수 대응기구’ 총책 맡기로
與 “국격 추락… 장기적 국익 해쳐”
日, IAEA 보고서 중립성 논란 일축
정부 “임시적 표현… 지나친 해석 부적절
日, IAEA에 100만弗 제공설 가짜뉴스”
전국서 방류 반대 집회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의원단)’과 어민대표 4인이 10일 일본 도쿄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부터 사흘간 일본 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야당 정치인 등을 만나 일본 내 여론을 환기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러한 국제활동을 두고 “장기적 국익을 해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日 총리도 없는데… 방류 반대 집회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이 10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야권 의원 11명으로 구성된 의원단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 확산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도쿄=AP뉴시스
민주당 위성곤 의원 등 의원단 10명과 어민대표 4인은 이날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핵 오염수 해양투기, 일본 정부는 즉각 철회하라”, “세계인이 반대한다”, “생명의 원천인 세계인의 바다. 반드시 지켜내자” 등의 날 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사요나라 원전’, 평화포럼 등 일본 시민단체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85%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고, 일본 내 찬성 여론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며 “일본 정부는 자국민과 인접 국가인 대한민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한다”고 요구했다. 오염수 방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는 부실투성이 보고서를 근거로 자국민 동의도 얻지 못한 채 투기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철현 의원은 오염수 방류가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는 반세계적, 반인륜적 행위”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운영기업인) 도쿄전력으로부터 어떤 로비를 받았기에 해양방류를 고집하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회가 끝난 뒤에 한 일본인 남성이 후쿠시마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지 말라며 소동을 벌여 현장에서 한때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의원단은 이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에 방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NRA는 지난 7일 해양방류 설비 합격증을 교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태평양도서국가 등은 여전히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 신뢰성에 관해 확인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단은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좌농성도 벌였다.
야당 의원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 주철현 의원이 10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 앞에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의원단은 앞으로 일본 사회민주당과 초당파의원모임 ‘원전 제로, 재생에너지 100’과도 만날 계획이다. 사흘째인 12일에는 일본 주재 외신기자클럽, 일본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기자회견도 진행할 예정이다.

2주간 오염수 방류 반대를 위한 단식을 이어오던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재명 대표 권유에 따라 이날 단식을 종료하고 앞으로 발족한 민주당 오염수 관련 대응기구 총책을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방일과 관련해 “국제적 망신”, “국격 추락”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방미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국격을 추락시키는 무례한 행동들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국제적 망신을 자처해 장기적으로 국익을 해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정신 차리길 바란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일본 정부는 IAEA의 보고서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국내외 일각 주장에 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이라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AEA의 분담금과 일본인 직원 수 등을 이유로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IAEA 2023년 예산에서 일본의 분담률은 7.758%이고 (방류에 반대하는) 중국은 14.505%”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처리수 언급… 표현상 문제없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정부가 “아직까진 오염수로 부르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지난 6일 한·일정상회담 설명 과정에서 처리수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그 순간에 나온 임시적 표현의 문제이지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거나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을 하거나 너무 특정 부분을 부각시켜, 예를 들어 ‘핵폐수’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괜히 국민께 근거 없이 불안감만 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00만유로의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저희가 3주 전에 팩트 확인을 거쳐 설명해 드렸고 일본 정부에서 가짜뉴스임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방문 당시 시위에서 이와 관련된 말을 외친 것을 두고도 “소위 일본 정부가 IAEA에 100만불 내지 100만유로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심지어 ‘뇌물’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말했다). 더구나 일부 방송 화면에서는 그로시 총장 면전에 비슷한 발언을 한 게 목격된 바 있다”며 “국제적으로 굉장히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IAEA 종합보고서가 2·3차 시료 분석 결과 없이 1차 분석 결과만 갖고 작성됐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1차 모니터링과 2·3차 모니터링은 방법과 목적에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종합보고서 포함 여부에 영향을 주게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시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정화를 거친 오염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는 K4 탱크에서 채취됐고 2·3차 시료는 일반 저장탱크인 G4 탱크에서 채취됐다”면서 “방류 실시 계획의 현실성을 평가할 때 핵심은 일반 저장탱크 속 오염수 농도가 아니라 K4 탱크에서 정확하게 핵종 농도를 파악해 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이 ‘계획대로 방류할 경우 수산물 오염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기존의 후쿠시마 인근 해역이 오염되지 않았다거나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섭취해도 괜찮다는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와 선을 긋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오염수 피해 대비 수산업계 3500억 지원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수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3500억여원의 예산을 집행할 방침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상황을 대비해 수산물 정부 비축 예산으로 175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비축 예산(75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기획재정부. 뉴시스
비축은 정부가 수산물을 산지나 시장에서 직접 구매해 냉동창고에 보관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시장에 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비축 목표량은 역대 최대 규모인 7만6000t이다.

수산물 가공업체 등에 수매 자금을 융자해 주는 민간 수매 지원 예산도 1150억원 편성했다. 아울러 수산물의 민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소비쿠폰도 640억원가량 지원한다. 총 3540억원 상당의 예산이 올해 수산업계 지원에 배정된 셈이다.

금융 지원도 검토 중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어가의 경비를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영어자금의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일시적인 경영 위기에 처한 어업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자금을 융자지원하는 ‘어업인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편 수도권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인천에서는 지역연대와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이 시청 앞에서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 수원에서도 시민·환경단체 50여곳과 정당들이 모여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수원공동행동’을 출범했다. 이들은 바다에 오염수를 들이붓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경남에서는 릴레이 단식 투쟁이 예고되는 등 정치권의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경남도당 위원장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은 일본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아오던 기관이다. 당이 검토한 결과 해당 보고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만을 받아 쓴 ‘깡통 보고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우·박지원·채명준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인천=강승훈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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