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사업 계획에도 ‘강상면 종점’은 없었다
종점은 ‘양서면’ 노선으로 명시
강상면 종점, 대선 직후 첫 등장
수도권 제1고속도로와 국도 6호선 교통량 분산을 위해 정부가 진행해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과거 민간건설사를 통해 추진됐던 것으로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민간건설사가 제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역시 종점은 양서면으로 명시돼 있었다.
2008년 한신공영(주) 컨소시엄이 경기도에 제출한 ‘하남~양평 간 민간투자 도로사업’ 보고서에는 사업구간이 ‘서울 송파구 마천동~경기 양평군 도곡리’로 기재돼 있다. 도곡리는 양서면 내에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수익을 내기 위해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에서조차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강상면이 아닌 양서면이었던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5월 내놓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2021년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보고서’에도 ‘강상면 종점’은 등장하지 않는다. 예타는 사업구간을 특정한 후 해당 구간에 대해서만 비용편익분석(B/C) 등 간이 타당성 검사를 하는 것이지만, 예타조차 거치지 않은 ‘강상면 노선’이 대선 직후 돌연 양서면 종점보다 사업성이 뛰어나고 환경 훼손도 적은 노선으로 등장한 것이다.
예타 보고서를 살펴보면 B/C 역시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 종점 노선 중간에 ‘상사창IC(나들목)’를 설치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제1·2 시나리오만 제시했을 뿐 강상면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민간투자사업으로 계획했을 때도 강상면 종점(대안 노선)이 내부적으로 논의됐으나 최종안이 양서면 종점(예타 노선)으로 정해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종안으로 선정되지 않았을 뿐 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내부 검토는 있었다는 얘기다.
국토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강상면 종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대선 직후인 2022년 5월이다. 양평군이 2022년 3월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후 조사기관을 통한 조사 및 검토를 거쳐 2022년 5월 용역착수보고회에서 강상면 종점 변경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이날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브리핑실에서 “국토부는 지난 3월부터 (양평군이 제시한 3개 안에 대해)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과의 협의 끝에 교통처리량이 우수하고, 환경 훼손은 최소화될 수 있는, 그리고 지역주민이 원하는 양평IC 설치를 수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강상면 종점 노선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강상면 종점, 더 유리”…예타서 빠진 이유엔 침묵
백원국 차관 “차량 통행 6000대 늘고 비용 140억 증가 그쳐”
‘사업 재개 시점’ 질문엔 “안갯속…의혹 사실관계 밝혀져야”
국토부가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예타 노선을 설치할 경우 하루에 1만5800대의 교통처리가 가능한 반면, 대안 노선은 하루 2만2300대가 이용할 수 있어 약 6000대 더 많이 다닐 수 있다. 즉 예타 노선에 비해 대안 노선의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백 차관은 “대안 노선으로 갈 경우 전체 사업비에서 예산은 14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교통량은 40%가 더 증가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때 대안 노선이 가장 유리하다”면서 “그 뒤의 은메달, 동메달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양서면 종점 예타안과 같은 별도의 예타를 거친 결과값이 아니다.
국토부는 그러나 사업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강상면 종점안(대안 노선)이 아닌 양서면 종점안을 예타안으로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최종 노선 확정은 기본조사 때 하는 것이고, 예타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1999년 이후 신설 구간(확장 제외)의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24건 가운데 14개 노선이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시작점과 종점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양서면 종점을 예타안으로 올렸더라도 이후 진행되는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예타안보다 우수한 대안이 나올 경우 언제든지 노선은 변경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양평군 주민들의 숙원인 ‘양평IC’ 설치를 위해서는 IC와 분기점(JCT) 간 이격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강상면 종점 외에는 다른 최적의 노선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백 차관은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았는데 하필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있었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가 거기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줄 알았겠는가”라며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는 땅의 소유주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등을 알 수도 없다. 토지 보상 단계에서 조서목록을 꾸밀 때나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는 이날도 사업 재개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백 차관은 사업 재개 시점과 관련, “안갯속”이라며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가 명확해져 안개가 걷혀야 사업 재개에 대한 시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추진되어온 국책사업을 단번에 백지화한 데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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