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만에 2000여대 생산차질”..현대차 노조의 명분없는 파업

박민 2023. 7.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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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 현대차 노조 파업 파장
12일 하루 4시간에 걸쳐 부분파업
정부·경재계, ‘불법파업’으로 규정
임단협 악영향 미칠 우려 제기
명분 약해 ‘누굴 위한 파업’ 논란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최대 지부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일 부분파업에 나선다. 지난 2018년 11월 이후 5년 만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따라 총파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날 4시간 부분 파업으로 전체 공장 가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약 2000여 대의 자동차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노사 교섭력을 얻기 위한 ‘합법적인 파업’이 아닌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정치적 목적의 파업에 가세하는 것이어서 파업 명분을 놓고 의견이 분분할 뿐더러 ‘불법 파업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노조, 4년 연속 무분규 기록 깨져

10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3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노동개악 저지 △노조탄압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2주간 총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의 여러 산별 노조들도 총파업 대열에 합류하는 가운데 금속노조는 12일 총파업에 가세한다. 이중 조합원 수가 4만여 명으로 가장 규모가 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도 지침에 따라 2018년 11월 이후 5년 만에 동참한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하루 동안 오전, 오후 근무조별로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 파업으로 진행한다. 당일 부분 파업인 만큼 울산공장 전체 가동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4시간에 걸친 파업 동안 약 2000여대의 차량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마지막 파업이었던 2018년 11월 총파업 동참 당시 4일 간의 부분파업으로만 1만1000대의 생산차질과 27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 노조는 지난 4년간 쌓아왔던 ‘무분규’ 기록도 깨게 됐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업없이 합의를 이뤄내면서 ‘4년 연속 무분규’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 동참으로 5년 만에 무분규 기록을 스스로 버리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노조 안팎에서도 무분규 기록을 깨면서까지 이번 총파업에 참여할 만한 ‘명분’이 무엇이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실제로 지난달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윤석열 정부 퇴진과 노동법 개악 폐기를 요구하며 자동차와 철강 등의 일부 사업장에서 총파업에 나섰지만 현대차 노조는 불참하면서 ‘무분규 기록’을 지켰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스스로 파업의 당위성을 잃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것과 이번 민주노총 구호 역시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불법 파업 논란에 명분도 실익도 없어”

논란이 되는 것은 이번 파업 참여가 정당하게 쟁의권을 얻어 행하는 ‘합법적인 파업’이 아닌 쟁의권 없이 민노총의 정치적 파업 동참에 따른 ‘불법파업’이라는 점에서 후폭풍도 일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사측과 임단협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쟁의조정 신청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쟁의권 확보 없이 벌이는 파업은 불법에 해당한다.

이에 정부와 경재계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하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므로 즉시 철회하라”면서 “파업 동참 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내용으로 금속노조가 파업 지침을 내렸고, 현대자동차 지부는 이를 따라가는 형식인 만큼 쟁의권이 필요 없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법정 다툼도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그동안 노사교섭 관련 파업도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상급단체의 정치적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13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협상에 착수한 노사는 이번 파업 논란에 앞으로의 교섭 일정에서도 진통이 일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 동참 명분도 약할뿐더러 실익도 없다보니 현대차 노조가 상급단체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들러리식’으로 파업에 동참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에 올해 임단협은 여러모로 난항을 빚으며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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