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물 수출통제, 수입 다변화로 타격 미미”… 공급망 대체 나서는 글로벌 기업들

최지희 기자 2023.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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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호주 등서 대체 공급망 확보
韓 주력 메모리 반도체 공정엔 갈륨 안 쓰여
차세대 전력 반도체·OLED용은 수입처 다변화
게르마늄도 대체 재료 사용 중
“中 산업 타격 불가피” 내부 지적도
“中, 갈륨 가공 기술 약해… 공급 체인 하위권”
대만 북부 신추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팹(공장)12 내부./TSMC 제공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재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강행키로 하면서 세계 각국 기업들이 대체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비롯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 세계 최대 자동차 반도체 기업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등은 모두 공급망 다변화로 중국발(發) 수출 통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오히려 중국이 광물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주요 기업 대부분 공급망 다변화로 “큰 영향 없어”

지난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문에 앞서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대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발표한 대로 다음달 1일부터 갈륨 제품 8개와 게르마늄 제품 6개를 수출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를 수출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 마이크로 LED 등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필수 소재이며,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와 태양열 제품 소재로 사용된다. 중국은 세계 갈륨의 95% 이상, 게르마늄의 60% 이상을 원료로 채굴하고, 가공은 중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뤄진다.

중국발 수출 통제 조치 영향권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캐나다, 미국, 호주, 유럽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갈륨은 한국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공정엔 사용되지 않고, 비메모리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 공정에 쓰인다.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 반도체를 위탁생산 중인 TSMC는 지난 6일 이메일 성명을 내고 “중국 조치를 면밀히 평가한 결과, 회사의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계속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력 반도체 시장 1위 인피니언은 지난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료 공급과 관련해 큰 영향은 없다”며 “인피니언은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멀티소싱’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고 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수입처 다변화로 수출 통제가 제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는 갈륨이 쓰이지 않아 문제가 없고,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주로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으로 갈륨을 소비하고 있어 타격이 작다”라고 말했다. 또 “OLED 소재로 쓰이는 갈륨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국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공급망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은 모든 가능성을 미리 검토하고 진행돼 항상 백업이 마련돼 있다”며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필수 소재를 수출 중단했을 때도 안팎의 우려가 많았지만 국내 업계가 공급망을 넓히고 국산화를 통해 대처한 것처럼 이번에도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수입처가 이미 다변화돼 있고, 재고도 충분하게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 “중국, 희소 금속 가공에선 경쟁력 약해… 자국 기업 타격”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중국 산업 내 혼란을 야기하고 세계 자원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 갈륨 생산국이지만, 원료를 가공한 고급 제품은 일본과 미국, 독일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사슬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매년 60톤의 갈륨을 생산하는 베이징 지야반도체재료의 천펑 부사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갈륨 원료 추출에서 준 독점권을 갖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은 희소 금속을 중간재·최종재로 가공하는 데에선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갈륨을 반절연 물질로 만들려면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선 중국과 세계 선두 기업 간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중국의 수출 통제가 자국 갈륨 추출업자와 수출업자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인트라링크의 중국 반도체 담당 스튜어드 랜들 연구원은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 결국 수익을 잃는 건 중국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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