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전 운영정비 계약 구조개선 방안 모색[fn기고]
아랍에미리트(UnitedArabEmirates) 바라카 원전(BNPP) 4호기의 상업운전을 앞두고 APR1400 4개호기 원전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영을 위하여 현행 BNPP 정비계약 구조를 검토하고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BNPP 원전의 설비 신뢰도와 정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인 책임정비로 가는 개선방안을 강구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2009년 11월 UAE로부터 수주한 BNPP는 2011년 9월 1, 2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1호기는 2018년 3월 26일, 2호기는 2020년 7월 14일, 3호기는 2021년 11월 4일 건설을 완료했고, 상업운전은 1호기가 2021년 4월 6일, 2호기는 2022년 3월 24일 그리고 3호기는 2023년 2월 24일에 들어갔다. 4호기는 내년 2024년 하반기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BNPP는 설계(E), 주기기 공급(P), 시공(C), 시운전 정비(CP-S2) 계약으로 건설을 진행하면서 준공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운영 지원(OSSA)과 장기 정비계약(LTMA)을 준비하였다. OSSA와 LTMA는 일괄공급 방식의 EPC 턴키 계약과는 달리 에미리트 자국민의 인구 분포와 사막 문화의 특성을 고려하여 운영 단계의 기술자립을 이룩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원전을 처음 도입한 UAE는 BNPP 건설이후 기자재 공급망(Supply Chain)을 만들고 운전과 정비 역량을 확보하는데 대한 한계를 고려하여 60년 운영기간 동안 원전 가동에 따른 BNPP 책임정비를 한전KPS가 맡고 APR1400 4개호기를 공급한 한국의 원전산업 Supply Chain 인프라를 활용하는 LTMA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 LTMA에는 20% Emeratization 기술자립 지원 계획과 자체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
※ E: engineering, P: procurement, C: construction
CP-S2: construction package subsidiary two
OSSA: Operation Support Service Agreement
LTMSA: Long 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
LTMA: Long Term Maintenance Agreement
그러나 국내에서 계획예방정비 중에 일어난 고리1호기 정전사건 은폐, 신고리 3,4호기 품질서류 위변조와 원전 현장의 납품 비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내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하였고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 배상 책임에 대한 한전KPS 내부의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2013년부터 시작된 LTM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지연되었다. 이런 가운데 에미리트원자력에너지공사(ENEC) 82%와 한국전력(KEPCO) 18% 지분으로 BNPP 운영회사인 나와 에너지(Nawah)가 설립되었다. Nawah는 2019년 7월 한수원(KHNP)과 OSSA 계약을 맺으면서 과다한 정비 코스트와 경제성을 문제 삼아 OSSA 일부로 장기 정비서비스계약(LTMSA)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현재 가동 중인 BNPP 3개호기는 Nawah 주도로 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참고로 LTMSA와 LTMA 형태로 정비를 수행할 경우, 매출액에 어느 정도 큰 차이가 나는지 아래 표와 같이 비교해 볼 수 있다. 2019년 4월15일 LTMA 최종 제안서에서 제출한 금액을 기준으로 할 때 같은 정비물량에 대해 한전KPS 주도로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하는 LTMA 예상 매출 2조1600억원과 분야별 수주와 공사를수행하는 LTMSA 실적 매출 6600억원을 비교하면 약 3배 이상의 매출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LTMSA와 LTMA를 비교해 봄으로써 장단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LTMSA는 Nawah 주도로 BNPP 정비를 할 수 있도록 다수의 정비회사를 상대로 인력도급 계약을 맺고 정비물량에 대해 국내외 정비회사 간 경쟁을 붙여 정비 코스트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Nawah 기술력의 한계로 BNPP 원전의 설비 이력과 기자재 Supply Chain 관리에 문제가 있고 설비 신뢰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미국 정비전문가를 채용하여 기술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LTMSA 방법은 단위 계약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져 정비 담당자가 장기적으로 정비 품질을 고려할 수 없고, 엔지니어링 데이터 등 설비 관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LTMA는 계약회사와 정비패키지(Package) 계약으로 안정적인 책임정비가 가능하고 APR1400 공급국 원전산업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UAE 현지 기술자립화를 지원하고 기술자립 기반을 조성하는데 매우 용이하다. 이렇게 한국의 정비 기술과 기자재 Supply Chain을 활용하는 상생 효과를 누릴 수는 있으나 Nawah에게는 불가피하게 O&M 코스트가 상승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면 여기서 무엇 때문에 당초 LTMA 계약이 아닌 LTMSA 계약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지 Nawah 입장을 관측해 본다. BNPP 운영에 주도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진 Nawah는 LTMA에서 고려한 UAE 현지 Emeratization 기술자립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고 O&M 코스트와 자체 내부 역량으로 볼 때 정비 비용이 적게 드는 인력도급 계약을 선호하고 중재자(Intermediary)로 고용되어 있는 미국 정비전문가를 활용하는 LTMSA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사 결정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의 영향으로 우리의 원자력 안전문화에 대한 의구심과 미국 원전의 탁월한 정비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원전은 평균 수명이 40년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90% 이상의 이용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 원전 운영전문가들이 Nawah 자문위원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Nawah는 APR1400 Supply Chain을 확보하는 문제는 장기 정비계약인 LTMA와는 별도로 강구하고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기기 신뢰도의 통합관리에 따른 중장기적인 이점과 비용대비 정비 품질은 상업운전이 시작된 초기 단계에서는 당장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PR1400 원전 수출의 수혜자인 한국과 Nawah 간에 운영정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BNPP 운영정비 계약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운영정비 계약 구조를 LTMA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한전KPS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미국 정비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원자력 안전문화(Nuclear Safety Culture) 준수와 기기 신뢰도(Equipment Reliability) 기반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운영정비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이 분야의 미국 전문가 고용을 추진하고, 자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해 Nawah 기술자립을 적극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APR1400 원전 체계기반(FleetManagement)을 확립해야 한다. 현재 APR1400 원전은 모두 12기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에 있다. BNPP 3개호기,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호기 등 6기가 가동 중에 있고, BNPP 4호기,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2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6기가 건설 중이다. 이들 APR1400 원전을 대상으로 구성된 APR1400 Owners Group(소유주 그룹)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APR1400 소유주 그룹 회원사를 ENEC, Nawah, KEPCO, KHNP, KEPCO KPS(한전 KPS) 5개 회사로 확대하고 간사 역할을 한전KPS에 맡겨 원전 운영정비 경험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APR1400 기자재 공급망 인프라와 연계하여 경제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최고의 원전 운영실적을 거두어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싼 맛에 취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설비 관리에 등한시 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장기화 되다보면 BNPP 원전 60년 설계수명 관리와 그 이후 연장 운전이 가능한 계속운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값싸게 산 물건이 품질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싼 것이 비지떡이다”라는 한국 속담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어리석음(愚)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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