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D-1…증권 공세에 은행·보험 "사수하라"

이정필 기자 2023.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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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12일 시행, 머니무브 가속화 전망
338조 적립금 은행과 보험이 77% 비중, 증권 성장에 점유율 하락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정필 남정현 기자 =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의무 시행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3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은행과 보험사들은 자금 이동을 줄이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운용된다. 유예기간 만료로 12일부터 의무 시행된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머니무브)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으로 시장을 지켜왔던 은행과 보험사들은 점유율 수성에 열을 내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말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338조3660억원 규모에 달한다. 금융업권별 적립금을 보면 은행이 174조9013억원으로 51.7%를 차지한다. 보험사는 86조5809억원으로 25.6%, 증권사는 76조8838억원으로 22.7% 비중이다.

증권사는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20년 20%를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폴트옵션 시행을 가장 기다려온 업권이기도 하다. 보험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7일 디폴트옵션 상품 첫 설정 이후 올 6월말까지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고객의 연 환산 수익률이 10.71%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옵션 고위험 상품 수익률이 최근 6개월간 은행 예금 등의 원리금 보장상품 금리의 두 배 수준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공세에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적극적인 마케팅 경쟁을 펼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서 주관하는 소비자가 가장 추천하는 브랜드 은퇴설계 금융서비스 부문 1위에 자사 퇴직연금 전문 브랜드인 '하나 연금닥터'가 선정됐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연금닥터를 개편해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고객 유형을 세분화하고, 개인별 진단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사전지정 상품 3개월 기준 수익률은 중위험(3.49%), 고위험(4.05%)로 일반 정기예금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8월말까지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서 100만원 이상 직접 매수한 고객과,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사전지정 상품을 선택해 등록한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8월말까지 DC·IRP 퇴직연금 가입자 중 인터넷이나 KB스타뱅킹을 통해 디폴트옵션을 최초 지정하고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에게 모바일 쿠폰을 지급한다.

보험업권의 경우 지난해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 자체는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는 전체 상품의 95% 이상을 원리금보장형(금리연동형·이율보증형) 상품으로, 80% 이상을 확정급여형(DB형) 상품으로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DB형은 회사가 퇴직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한다.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시 고객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 은행 등의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형) 상품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면 아무래도 높은 수익률을 좇아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도 수익률 제고 등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계약액 28조원 규모인 업계 1위 삼성생명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비해 퇴직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주요도시에서 실무자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삼성생명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에선 디폴트옵션 상품을 사전 지정한 고객에게 경품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일각에선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만큼 당장의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실적배당형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의 증시 침체기엔 외려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은 상품이 유리하다는 입장도 있어서다. 실제로 많은 보험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기보단 대세를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산시장이 안정치 못하다는 점과 퇴직연금은 개인 노후의 최후 보루자금으로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안정적 자금관리를 위해선 보험사에 이점이 있을 수 있다"며 "증권사 등 타 금융권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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