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돈이 된다” 삼성·TSMC·인텔 ‘첨단 패키징’ 3파전
“전·후공정 한 번에” 고객 잡기도 편해
파운드리 ‘강자’ TSMC 주도권 쥔 이유
삼성, AVP팀 통해 ‘맞춤형’ 생태계 구상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패키징’이 떠올랐다.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한 번에 이어가는 ‘생태계’ 조성이 곧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패키징은 만들어진 반도체 칩을 사용할 곳에 쓰기 위해 알맞은 형태로 만드는 기술·공정 전체를 말한다. 말 그대로 반도체를 ‘포장’하는 대표적 후공정이다.
초미세공정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공정 기술을 고도화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성능이 올라가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서로 다른 회로에 간섭이 발생하는 등 물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계가 요구하는 저전력·고성능·초소형 반도체를 만들려면 미세한 칩을 잘 연결하고 구동할 수 있게 만드는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첨단 패키징 산업의 중요성은 메모리·시스템 구분 없이 커지고 있지만 특히 파운드리 업계에서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제조(전공정)부터 패키징(후공정)까지 전 영역의 기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까지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30~40%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의 칩으로 묶는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 AI 반도체로 불리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고성능·고효율 메모리와 시스템 칩이 함께 들어간다.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이 활발히 개발 중인 AI 반도체 역시 비슷한 구조다.
단일 후공정이 아닌 복잡한 패키징 기술이 필요한 셈이다.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로 묶는 ‘이종집적’ 기술 또한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반도체 칩을 모아 고성능 완제품으로 만들어야만 현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서다.
고객 시점에서는 반도체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주문 속도와 완성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기업이 일괄 주문 계약(턴키)을 선호하는 이유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패키징 기술이 ‘돈이 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3사가 패키징 기술력 알리기에 집중하는 이유다. 아예 패키징까지 포함한 ‘파운드리 생태계’도 조성하고 있다.
실제 파운드리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만 TSMC의 경쟁력 중 하나는 패키징 기술이다. TSMC는 대표 패키징 기술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를 앞세워 ‘거물’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 AMD 등을 유치했다.
최근에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을 직접 찾아 TSMC에 자사 제품에 적용할 CoWoS 패키징 용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TSMC가 ‘슈퍼 을(乙)’이 된 셈이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고객사를 대폭 늘려보겠단 구상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경쟁력 있는 적층 기술 개발부터 다양한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어드밴스드 패키징 플랫폼 제공에 집중하며 삼성 파운드리와 최상의 시너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운드리 후발 주자인 인텔은 패키징에서는 앞선 기업이다. 서로 다른 반도체를 묶는 패키징 적층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인텔은 신규 패키징 공장을 유럽에 짓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의 문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개방형 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곳에서 만든 반도체 칩을 인텔 기술로 패키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뿐만 아니라 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 다양한 곳에서 높은 패키징 기술을 원하고 있다”며 “TSMC 패키징 캐파(생산 가능 용량)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과 인텔 등 경쟁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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