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마친 2023 메이저리그, 규정과 이변 그리고 오타니[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났다.
2023시즌 메이저리그는 7월 10일(이하 한국시간) 전반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메이저리그는 이제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낸 뒤 더욱 치열한 후반기에 돌입한다.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리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시즌 초반부터 예상을 벗어난 일들이 많이 발생했고 여전히 예측과는 다른 흐름이 이어지는 부분도 많다. 물론 '예상대로' 진행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 ML 뒤흔든 규정의 개정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는 엄청난 규정의 변화가 있었다. 피치 클락의 도입, 수비 시프트의 제한, 견제 횟수 제한 등이다. 이는 리그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피치 클락의 도입으로 경기 시간은 단축됐다. 투수들의 투구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혼란도 나타났다. 피치 클락에 얼마나 적응했느냐 여부가 성적에 영향을 줬다. 원래 투구 인터벌이 짧았던 미치 켈러(PIT)는 괄목할 성적의 상승을 이뤘지만 인터벌이 굉장히 긴 편이었던 알렉 마노아(TOR)는 최악의 성적을 쓰고 마이너리그 강등까지 경험했다. 물론 기존의 투구 인터벌이 그대로 성적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올시즌 리그 전체 타율은 0.248,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은 0.297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단축시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메이저리그는 팬데믹 리그 전체의 타율이 뚝 떨어졌지만 올시즌 팬데믹 이전에 가깝게 수치가 올랐다. 시프트 제한 등 타자 쪽에 유리한 규정 변화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견제 제한은 도루의 급증을 가져왔다. 메이저리그는 '홈런의 시대'가 도래한 후 도루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1-2012년 시즌 총 도루가 3,200개 이상이었던 메이저리그는 2018년부터는 시즌 총 도루가 2,5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2021시즌 총 도루는 2,213개, 지난해에는 2,486개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이미 2,000개에 육박하는 도루가 나왔다. 현재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올시즌은 역대 최다 'TOP 5' 수준의 도루 수가 기록될 가능성도 크다.
전반기에만 21홈런 41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쓴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ATL)는 새 규정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역대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가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 전인 2019년 기록한 39개였던 아쿠나는 올시즌 전반기에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시즌 십자인대 파열 부상 전까지 초속 29피트를 훌쩍 넘는 스프린트 스피드를 기록하는 리그 상위 4% 이내의 특급 주자였던 아쿠나는 부상 후 다리가 느려졌고 올시즌에는 초속 28피트(리그 상위 3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도루로 역사를 쓰고 있다.
○ 예상을 뒤엎는 이변과 반전 이변과 반전도 계속됐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역사적인 개막 13연승을 질주하며 초반부터 치고나갔고 여전히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0.624)를 달리고 있다. '반신반의'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6할이 넘는 승률로 전반기를 마쳐 탬파베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가운데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쳐진 상태다. 서부지구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절대강자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내셔널리그는 더욱 예측 불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전체 1위로 질주하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 범위 내의 일이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승률 2위로 전반기를 마친 팀은 다름아닌 동부지구 2위인 마이애미 말린스였다. 마이애미는 하위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어마어마한 전반기를 보냈다. 중부지구 1위가 밀워키 브루어스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아닌 신시내티 레즈라는 점도 이변. 시즌 초 예상대로 중하위권이었던 신시내티는 신인급 선수들의 놀라운 활약으로 5월 말부터 질주해 올라왔다. 서부지구는 절대강자 LA 다저스가 전반기 마지막 날 드디어 1위를 되찾았지만 하위권이 예상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가 승차없는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수들 개인 성적도 이변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이었던 루이스 아라에즈(MIA)는 마이애미로 이적한 뒤 상식을 파괴하는 정교함을 선보였다. 지난 6월 20일까지 아라에즈는 4할 타율을 기록하며 '꿈의 숫자'에 도전했다. 비록 막바지 다소 주춤하며 0.383의 타율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아라에즈의 정교함은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반면 또 다른 '정교함의 대명사'였던 제프 맥닐(NYM)은 곤두박질치며 겨우 0.253의 타율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였던 샌디 알칸타라(MIA)와 아메리칸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마노아의 추락은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32경기 평균자책점 2.28, 6완투라는 괴물같은 성적을 쓴 알칸타라는 전반기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평균자책점 4점대 중반의 평범한 투수였던 데인 더닝(TEX)은 전반기 20경기 92이닝, 8승 2패, 평균자책점 2.84의 특급 성적을 썼다.
○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 단축시즌 이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야구의 대명사'가 된 오타니(LAA)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2021시즌 투타겸업을 성공시키며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오타니는 지난해 애런 저지(NYY)에게 MVP를 내줬지만 역대 최초로 규정타석, 규정이닝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올시즌에도 변함없이 활약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17경기 100.1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32, 132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석에서는 .302/.387/.663 32홈런 71타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타율 6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및 OPS 1위인 오타니는 올시즌 다시 MVP 수상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소속팀'이 문제다. 에인절스는 4,5,6월 3달 연속 월간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에인절스는 6월 28일까지 승률 0.543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 레이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트시즌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10경기에서 1승 9패에 그쳤고 전반기를 승률 0.495로 마쳤다. 설상가상 연패 기간 동안 마이크 트라웃이 부상을 당했다. 점점 희망이 사라지는 모양새다.
오타니는 올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에인절스는 현재 야구계 최고의 스타인 오타니를 어떻게든 잔류시키고 싶어하지만 오타니는 2014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에인절스의 팀 성적에 불만이 많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져보고자 올해 포스트시즌 티켓을 간절하게 원했지만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타니가 여름 시장에서 에인절스를 떠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도 있지만 확률이 높지는 않다. 큰 이변이 없다면 오타니는 시즌 종료 후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며 에인절스와 결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 활짝 웃지 못한 코리안리거들 코리안리거들에게 2023시즌 전반기는 험난했다. 수비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김하성(SD)은 지난 겨울 자신이 장담한대로 타격 능력까지 끌어올렸다. 올스타 후보로도 거론됐던 김하성은 .258/.349/.411 10홈런 31타점 16도루의 데뷔 3시즌만 최고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골드글러브 유력 후보로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다만 만족스러운 개인 성적에 비해 팀 성적이 아쉽다. 샌디에이고는 큰 투자에도 불구하고 전반기를 승률 0.478,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로 마쳐 포스트시즌 전망이 밝지 않다.
뜨거운 5월을 보낸 배지환(PIT)은 극심한 타격 기복을 보이며 몇 차례 혹평을 받았고 전반기 막바지에 부상까지 당해 부상자 명단에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했다. 전반기 76경기에 출전해 .238/.301/.308 2홈런 19타점 20도루를 기록한 배지환은 도루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것이 없었다. 최지만(PIT)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며 전반기에 겨우 12경기를 치렀다. .159/.159/.409 3홈런 4타점을 기록해 성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은 류현진(TOR)은 재활로 전반기를 모두 보냈고 7월 내 메이저리그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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