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前간부 “후쿠시마보다 동해로 흐르는 풍계리 오염수 더 우려”
해외 전문가들 “국제적 검증 안받는
풍계리 핵실험장, 영변의 핵시설 등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더 우려” 반박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처리수) 방출 계획에 대해 북한 당국도 비난에 나선 가운데 국제적 원자력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투명한 오염수 관리가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국제적 검증을 받지 않는 북한의 핵시설에서 방사능 누출 정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 장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계획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방사능 유출 문제가 우려 사안’이라고도 지적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의 4차 및 5차 핵실험이 실시된 지난 2016년 이후 풍계리 인근에선 핵실험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소규모 지진이 20여 차례 관측됐으며, 이는 핵실험 여파로 인한 주변 산과 암석 등의 균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핵실험 갱도 내부에 플루토늄과 핵분열 물질이 여전히 남아있어 방사성 물질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균열된 틈으로 들어간 빗물 등이 방사능에 오염돼 지하수로 침투되고 인근 하천을 따라 동해로까지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 관련 시설들이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지 않아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가 상당 부분 제거되지만 풍계리 오염수의 경우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슘을 비롯해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후쿠시마 상황과 달리 북한에는 현재 핵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국제 사찰단이 없어 북한의 방사능 오염수 관리 실태와 배출 현황에 대해 파악할 수 없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풍계리에서의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풍계리 인근 출신 탈북민들은 800여 명에 이르는 가운데 이들 중 많은 수가 만성 두통과 백혈구 감소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고 RFA는 전했다. 또 지난 2015년 중국산으로 위장 밀수된 북한산 말린 능이버섯에서 기준치 9배 이상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면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대북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도 올해 2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 매핑’ 특별 보고서를 내고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수십만 명이 방사성 물질 유출 및 물을 통한 확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강수량과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에 있다"며 "반경 40㎞ 이내에 있거나 만탑산~장흥천~남대천 수계를 따라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은 2008년 북한 인구조사 데이터 기반 함경북도·함경남도·양강도 3개 도의 8개 시·군 108만 명으로, 50%만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약 54만 명"이라고 추정했다. 40㎞는 지상 핵실험이나 핵시설 사고 시 흔히 설정하는 범위다.
한편 북한의 최대 핵 시설인 영변 핵단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VOA에 "북한이 핵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영변 핵시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를 지적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일종으로 유해한 핵분열 생성물이 다량 함유돼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안전성이 떨어진 옛날 방식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어 폐기물이 재처리 공장 인근의 상수원으로 누출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 폐기물 관리에 대한 국제적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IAEA에 대해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대외사업국장 명의의 담화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IAEA가 지난 4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를 겨냥해 "문제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핵 오염수 방류계획을 적극 비호 두둔, 조장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과거 북한의 핵시설 사찰 문제를 거론하던 IAEA를 향해 "주권 국가의 합법적인 권리행사를 걸고 들던 국제원자력기구 총국장이 인류의 생명 안전과 생태환경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일본의 불법 무도한 반인륜적 행위를 극구 비호 두둔하는 것이야말로 극단한 이중기준의 전형적 표현"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담화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인류를 핵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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