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방사능 물고기, 방류와 무관…주변국에 피해 없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133만t의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한다. 방류는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일본 어민과 주변국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겨레>는 방류와 관련된 핵심적인 의문점에 대해 도쿄전력에 질문을 던져 10일 서면 답변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며 든 명분은 원전 내 부지에 보관 탱크가 부족하고, 폐로(원전 해체)를 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환경·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한 뒤 △다른 곳에 보관하거나 △고체화시켜 재활용(방조제 등)하는 대안이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도쿄전력은 이런 대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한겨레> 질의에 부정적 의견을 전해왔다. “원전 밖 보관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이해나 방사성 폐기물 보관시설 인가 취득 등을 위해 등 상당한 조정과 시간이 필요”하고 “고체화를 하면 부피가 3~6배 증가하는 등 기술적 문제와 보관 장소 확보가 과제”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염수 발생량이 애초 예상보다 줄며, 모든 탱크가 가득 차는 시점이 내년 2~6월로 늦춰졌다. 아직 8개월~1년가량의 여유가 있기에 궁색한 답으로 느껴졌다.
중국 등에선 ‘오염수가 정말 안전하면 일본에서 농업·공업 용수로 사용할 수 있지 않냐’고 지적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세계 여러 나라 원전에서 해양 방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원전 배수를 농업·공업 용수로 이용한 예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염수는 안전하지만 ‘전례가 없다’는 항변이다.
일본의 주장대로 오염수가 정말 안전하다면, 투명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료를 다양하게 채취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료 채취는 도쿄전력이 독점해왔다.
4일 오염수 방류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자신들이 직접 시료를 뜨지 못했다. 불신 해소를 위해 한국 등이 직접 시료 채취를 할 수 있냐는 <한겨레>의 물음에 도쿄전력은 “앞으로도 당사가 채취·분석한 결과가 정확한지 국제원자력기구 등을 통해 확인받는 것이 적절하다”며 거부했다. 왜 시료 채취를 허용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바다에선 법적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생선이 잇따라 잡히고 있다. 5월엔 세슘이 기준치보다 180배 많은 우럭, 4월엔 12배 넘게 검출된 쥐노래미가 잡혔다.
세슘으로 범벅이 된 생선이 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쿄전력은 “해당 물고기가 원전 1~4호기 취수로 부근의 세슘 농도가 높은 장소에서 서식하고 있었던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준비가 진행 중인 처리수 해양 방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세슘 우럭’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금속으로 된 어류이동방지망을 원전 앞바다에 설치했다며 “해당 우럭과 같은 5㎝를 넘는 어류는 취수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항만 내에서는 어업이 이뤄지지 않고, 시장에도 출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물고기가 오염되는 정확한 원인도 파악하지 않은 채 대량의 오염수를 장기간 바다로 흘려 보내겠다는 얘기가 된다. 5㎝보다 작은 물고기가 오염될 경우엔 통제도 어렵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한국 수산업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에선 벌써 ‘소금 사재기’가 시작됐고, ‘생선을 먹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른바 ‘풍평(소문) 피해’가 발생할 경우 자국민에겐 지역·업종·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손해배상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겨레>는 한국 어민도 직접 피해를 받는데 배상을 검토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도쿄전력은 “일본 법령에 근거한 규제 기준 등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국제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국제 관행을 감안해 조치를 취해왔다. 인간의 건강 및 해양에 악영향을 주는 방류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국에 피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같은 ‘풍평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자국민에겐 배상하고 이웃 나라 국민들에겐 ‘피해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국적’을 이유로 한국인에 대한 전후 배·보상을 거부해온 일본의 오랜 병폐가 지금도 변함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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