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ETF 100조? 운용사 시가총액 뻥튀기 논란
"운용사 사장단 평가 위해 반기말 무리하게 늘려" 지적
ETF 100조원 찍고 일주일만에 1조원 넘게 빠져
운용업계 "기관자금 영향 커…무리한 늘리기 아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만들어진 지 21년 만에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했다며 운용업계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30일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자산운용사 사장단 평가를 위해 반기말 잔고를 무리하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주일만에 시총 50%↑…7월 되니 제자리?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 시가총액 증가 상위 ETF 종목들이 7월 첫째주가 되자마자 시총 감소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시가총액 증가금액 1위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200’의 경우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전체 시총 51%에 달하는 2061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7월 들어 972억원 빠지며 시총 17%가 날아갔다. KOSEF 200TR 역시 전체 시총 11%에 달하는 606억원이 늘었지만, 7월이 되자마자 552억원 빠지면서 일주일만에 시가총액이 제자리걸음했다.
KB자산운용도 상황이 비슷하다. KBSTAR 대형고배당10TR은 시총 48.28%에 해당하는 382억원이 늘었지만, 이달 들어 394억원 빠지면서 시총 47%가 다시 줄어들었다. 오히려 6월 말 시총인 792억원보다 줄어든 780억원에 그친다.
대형사 ETF에서도 시가총액 되돌림 현상이 발견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시가총액은 6월 말에 1392억원 늘었다가 7월에는 1676억원 줄어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시총은 1조5827억원에서 555억원 늘면서 시총 증가 상위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7월 들어선 다시 1조5799억원으로 떨어지며 시총감소 상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7월 들어 ETF 시가총액 제자리걸음 현상을 두고 반기 말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사장단 성과지표에 ETF 시장 점유율이 포함되다 보니 평가가 있는 반기 말에 경쟁이 심하다”고 귀띔했다. 6월 마지막 주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종목들 중 다시 7월 첫째주 동안 많이 빠져서 평소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작아진 종목들은 이 같은 ‘뻥튀기’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ETF 총 순자산규모도 7월 들어 다시금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100조7769억원이던 ETF 총 순자산규모는 7월 첫째 주가 되자마자 1조3344억원 빠진 100조1044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을 턱걸이하고 있다.
ETF 순자산규모 100조원 달성을 위해 상장폐지가 돼야 할 ETF까지 살려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TF 퇴출 규정에 따르면 상장된 지 1년이 지난 종목 중 순자산규모가 50억원 미만이거나 6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500만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한국거래소와 운용사가 협의해 6개월 유예기간 동안 두 종목에서 모두 벗어나야 상장폐지 위험에서 한숨 돌릴 수 있다.
올 상반기 상장폐지된 ETF는 2개에 그쳤다. 순자산규모가 50억원이 안 되는 종목은 35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500만원을 밑도는 상품은 55개에 달했다. 각각 10개, 15개 종목이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했지만 16개 종목이 상장폐지된 2021년 상반기와 비교된다.
운용업계 “LP 따라 늘기도...무리한 늘리기 아냐”
운용업계는 인위적인 시가총액 늘리기 시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아예 없는 건 아니다”는 입장이다. 기관투자가(LP)들이 유동성 공급을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ETF의 경우, 기관 자금에 따라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수요에 맞춰 반기 말 매수나 환매를 하는 만큼 운용사가 ETF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지는 않는다는 반박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 A씨는 “흔하지는 않지만 ETF를 단기 목적으로 거래하려 들어오는 기관들이 수익을 내면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상장폐지돼야 할 ETF를 무리하게 남겨 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 B씨는 “어쩔 수 없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양강구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형사들도 라인업을 구축해 둬야 하기 때문에 거래가 잘 안된다고 바로 상장폐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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