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두루마리 그림 첫 공개[특파원 생생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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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1일이면 도쿄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립니다. 하지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어요."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직후 발생한 조선인 학살을 그린 '에마키'(두루마리 그림)가 그 작품이다.
일본 정부도 공식 자료에 조선인 학살 사실을 기록했지만 고이케 지사를 포함한 일본 우익 인사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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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前교수 2021년 경매 구입
2장 합쳐 32m… “日, 과거 마주하길”
“매년 9월 1일이면 도쿄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립니다. 하지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어요.”
지난 5일 일본 도쿄 신주쿠 오쿠보에 위치한 고려박물관의 자원봉사자는 이같이 설명하며 그림 한 점을 소개했다. 이날부터 이 박물관에서는 특별한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직후 발생한 조선인 학살을 그린 ‘에마키’(두루마리 그림)가 그 작품이다.
간토대지진 발생 3년 뒤인 1926년 그려진 ‘간토대지진에마키’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2장으로 모두 합쳐 길이 32m로 제작됐다. 한 장의 에마키에는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한 당시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담겨 있다. 지진이 발생해 사람들이 쓰러지고 깔려 있거나 도망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 다른 에마키는 조선인 학살 모습을 담고 있다. 일본도와 몽둥이 등을 들고 경찰과 자경단 복장을 한 일본인이 파란색 옷을 입은 조선인을 발로 밟거나 찌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몸 이곳저곳이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조선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실려 충격을 준다.
간토대지진 당시 최소 10만 5000명이 숨졌고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6000여명의 조선인이 학살됐다. 일본 정부도 공식 자료에 조선인 학살 사실을 기록했지만 고이케 지사를 포함한 일본 우익 인사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간토대지진에마키’를 발견해 공개한 이는 일본 근현대사 전공의 아라이 가쓰히로 전 센슈대 교수다. 그는 2021년 3월 인터넷 경매에서 이 그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그림 서문에서 이야기를 듣거나 다른 그림을 참고해 그렸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기코쿠’라는 호를 썼다. 기코쿠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후쿠시마현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직원으로 일했던 오하라라는 작가가 이 호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가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라이 전 교수는 지지통신 인터뷰에서 “일본이 다른 민족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며 “이 그림을 보고 과거와 마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고려박물관은 이 작품을 공개하는 ‘간토대지진 100년 은폐된 조선인 학살’ 기획전을 오는 12월 24일까지 열 계획이다. 시민들이 운영하는 고려박물관은 일본 내 약 700명이 매년 회비를 내거나 기부한 비용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글·사진 도쿄 김진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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