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조목조목 반박한 국토부…"현시점선 '양평 고속道' 사업 불능"

김민호 2023. 7. 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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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변경 논란에 "원안보다 대안이 훨씬 월등"
교통량·환경영향·IC 설치 가능성 모두 앞서 강조
"종점 인근에 김 여사 일가 땅 있는지 몰랐다" 
기존 ‘전면 백지화’ 입장에서는 한발 수그러들어
"야당 반대하는데 예산 잡히겠나" 책임은 야당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개 범대위가 10일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정쟁으로 번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을 놓고 국토교통부가 재차 반박에 나서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 때 상정된 노선(예타안)보다 최근 대안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즉각 원안(예타안)을 추진하라는 야당의 요구엔 “현시점에서는 사업 불능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업 재개 가능성도 열어둬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거론한 전면 백지화에서는 한발 수그러들었다는 평가다.

국토부는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토부는 예타안의 고속도로 종점(양평군 양서면)보다 자체 마련한 양평군 강상면 종점으로 변경한 대안이 △흡수할 주변 교통량 △환경 훼손 범위 △양평군이 원한 나들목(IC) 설치 가능성 등을 따졌을 때 월등히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2021년 예타를 통과했지만 국토부와 양평군의 협의를 거쳐 종점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과 가까운 대안이 유력한 후보 노선으로 제시됐다. 야권에서는 △대안은 예타안보다 사업비가 1,300억 원 증가해 사업의 경제성이 나빠지고 △신설 고속도로의 목적이었던 두물머리 인근 교통정체를 해소하지 못하는데도 △김 여사 일가에 지가 상승 등 특혜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국토부가 주민과 협의하지 않고 노선을 대폭 수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하루 교통량은 대안(2만2,357대ㆍ남종IC~강상면 분기점 구간)이 예타안(남종IC~양서면 분기점)보다 하루 6,000대(40%)가량 많아 교통량 분산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또 종점 변경으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은 140억 원(예타안 대비 0.8%)으로 나머지 증가액 820억 원은 시점인 하남시 감일 분기점 관련 비용이 상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예타안은 한강을 두 차례 지나 교량 설치 수요가 늘 뿐만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가 어렵고, 양서면에 분기점(JCT)을 설치하려면 마을을 크게 훼손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대안이 예타안보다 비용이 증가하지만 그 비중은 0.8%에 불과한데, 교통량 증가로 인한 이익은 40%에 달한다”면서 “종합적으로 볼 때 대안이 가장 유리한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신설 고속도로가 소화할) 교통량의 95%는 남쪽에서 올라가다가 수도권으로 가는 교통량”이라면서 “예타안으로 가면 5㎞ 이상 우회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시각물_양평 고속도로 논란.png

의혹과 달리 대안 종점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거듭됐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크게 예타→타당성 조사→대형공사입찰방법심의→기본설계→실시설계→인·허가→용지매수→착공·건설 단계로 이뤄지는데 최적 노선은 실시설계 단계에 가서야 결정되고 이전에는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는 해명이다. 이 사업은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에 멈춘 상태다. 또 국토부는 예타안과 대안이 갑자기 제시된 것이 아니라 이미 2008년과 2018년에 민자 사업으로 검토됐던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예타안 노선에 문제가 많다면 어떻게 예타 대상이 됐느냐’는 지적에 백 차관은 “예타안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고속도로 건설계획(2017~2020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노선을 대략적으로 긋는다”며 “예타에서 노선을 정교하게 검토할 수 있다면 타당성 조사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논란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대안 노선의 종점 인근에 있었는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백 차관은 "(김 여사 일가)땅이 있는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는 땅 소유주 분포를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 재개와 관련, ‘현시점에선 사업 불능 상태’라는 자락을 깔아 기존 ‘전면 백지화’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백 차관은 “여건이 조성되면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으로 인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설계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 비용 역시 모두 세금”이라며 “(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예산이 잡히겠는가. 사업 불능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단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불능 상태에 놓이게 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린 셈이다.

세종=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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