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빠 찬스’ ‘소쿠리 투표’ 선관위, 이번엔 128명 무더기 청탁금지법 위반
선관위 직원 128명이 청탁금지법을 어기고 지역 선관위원에게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되는 시·군·구 비상임 선관위원 9명에게 각각 지급해야 할 회의 참석 수당을 ‘총무위원’으로 불리는 1명의 계좌에 몰아주고, 이 돈을 다시 가져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0여 명이 ‘회식비’ ‘명절 격려금’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수십만 원씩 받았고, 20명은 일본·필리핀·베트남 등으로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 국민 세금을 조직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지역 선관위원은 명목상 선관위 직원의 상급자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비상근 명예직이다. 상당수가 정치권 출신으로 해당 지역 선거 출마 희망자다. 출마하면 선관위 직원이 자신들의 선거 운동을 감독하는 ‘갑’이 된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수당을 가져다 써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선관위도 불법을 방조했다. 중앙선관위는 ‘상급자인 선관위원이 직원에게 금품을 주는 것은 금액 제한 없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중앙에서 지역까지 선관위의 도덕 불감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보수를 줄 수 없는 비상임 중앙선관위원 8명에게 법적 근거 없이 매달 수백만 원을 지급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중앙선관위도 시·군·구 선관위처럼 이 돈을 다시 받아 쓴 적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선관위는 그동안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워 어떤 견제도 받지 않으면서 내부 비리, 직무 태만 등 적폐를 쌓아왔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자기들끼리 이익을 누리며 ‘신의 직장’을 만들었다. 그러니 본연의 임무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주요 선거가 닥치면 직원들이 무더기 휴직을 했다. 대선 때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고 이미 기표한 용지를 유권자에게 나눠준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의 해킹 공격을 8차례 받고도 알지 못했다. 해킹 조사도 거부했다. 자녀 특혜 채용 비리로 21명이 적발됐는데 이번엔 128명이 무더기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 선거 관리는 청렴과 공정이 생명인데, 선관위는 청렴과 공정이 사라진 기관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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