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억누르기 부작용, ‘영끌 빚투’ 다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5대 시중은행이 개인에게 새로 빌려준 신규 가계 대출이 95조원대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61조원보다 56%나 급증했다. 신규 대출 중에선 주택담보대출이 84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엔 정부가 신혼부부 등의 주택 마련을 돕겠다고 마련한 ‘특례보금자리론’이 30조원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것을 빼고도 신규 주택 대출이 50조원을 웃돈다.
18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대출 총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7조8000억원 줄었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가 빚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편한 ‘금리 장사’를 질타하면서 시장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가계 빚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특히 3월 이후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돼 대출을 얻어 주택 추격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상반기 중 개인 신용 대출도 11조원 이상 늘어나, 작년 증가액보다 2조5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빚 줄이기 분위기가 사라지고 3040세대를 중심으로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중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 2만5000여 명 중 3040세대 비율이 70%에 달했다. 정부의 금리 억누르기는 가계 부채 폭발을 막기 위한 것인데, 그로 인해 경계심이 약해져 가계 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연 5.75% 수준까지 올리면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그로 인한 시장 금리 상승 압박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가계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적정한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와 사회에 방만한 투기 심리가 다시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들도 무리한 빚을 내서 하는 아파트 투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잘못하면 둑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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