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리랑 파워
최근 미국 대사관에서 주최한 독립기념일 기념 연회에 다녀왔다. 1000여 명이 모여서 한미 수교 7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의 수확은 장사익 선생의 아리랑을 들은 일이다. 선생 이름만 알았지 실제 노래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소리가 온몸을 통해서 나왔다. 목 놓아 부르는 진심이 느껴졌다. 무언가 마음속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 듣자마자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한 손으로 공연 장면을 찍느라 눈물이 흐르는데 닦지도 못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달려가 “선생님, 건강하세요!”라고 응원하는 마음을 보냈다. 집에 오는 길에 몇 번이고 녹화한 음악을 재생해서 들었다.
나도 아리랑의 추억이 있다. 대학 동창이 아일랜드 사람과 결혼했다. 당시 나는 교환학생으로 네덜란드에 있었다. 가까운 거리라 더블린으로 날아갔다. 친구 아주버님이 북아일랜드 시골 마을에 B&B(Bed & Breakfast)를 운영하고 있었다. 북아일랜드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해서 주말을 맞아 여행을 갔다. 시골이라 저녁에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맥주를 들고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동네 주임 신부도 함께한 편안한 자리였다.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던 그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나에게도 노래를 한 곡 청했다.
나는 본래 음악을 잘 듣는 편이 아니다. 당황스러웠다. 무슨 노래를 부를지 고민하다 갑자기 아리랑이 떠올랐다. 열심히 불렀다. 사람들은 노래가 아름답고 슬프다고 했다. 우리말을 모르는데도 그 정서가 가서 닿았나 보다. 가사 뜻을 묻기도 했다. 여기 온 한국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다음 주에 동네 신문에 내가 노래 부른 이야기가 실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며칠 후에 아일랜드를 떠난지라 진짜로 내 이야기가 동네 신문에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 불현듯 생각난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었다.
축구 국가 대표팀 응원가도 아리랑이다. 우리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아리랑에 들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미국적인 행사에서 가장 한국적인 노래를 만났다. 아리랑에는 우리의 진심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아일랜드 시골 마을에서 아리랑이 마음을 전했듯, 그날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외국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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