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찢고 나온 듯… ‘2.5차원 뮤지컬’ 아시나요
‘나루토’ ‘데스노트’ ‘세일러문’ ‘테니스의 왕자’….
만화 왕국 일본이 낳은 세계적 흥행작들의 제목이다. 일본은 과거부터 하나의 원천 IP(지식재산권)를 애니메이션·게임·영화 등으로 재창조해 신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강했다. 최근엔 이 전략에 새로운 공연 장르 하나가 더해졌다. 마치 만화 속 캐릭터가 종이에서 무대로 걸어나온 듯한, 이른바 ‘2.5차원 뮤지컬’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2.5차원 뮤지컬’이란 평면(2차원)에서 현실(3차원) 사이를 가리키는 인터넷 은어가 실제 공연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진 것. 최근 만난 일본의 이 분야 선두 기업 ‘네르케 플래닝’ 노가미 쇼코(野上祥子·50) 대표는 “2.5차원 뮤지컬은 20여 년 전 만화책 팬들을 겨냥한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일본 공연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며 빠르게 커나가고 있다”고 했다. 노가미 대표는 우리 창작 뮤지컬에 대한 국내외 투자와 해외 유통을 위해 열린 ‘K-뮤지컬국제마켓’ 참석차 방한했다.
‘2.5차원 뮤지컬’이란 장르가 생겨난 건 이제 겨우 20년 정도. 하지만 일본 엔터테인먼트 정보 업체 피아총연 (ぴあ総研)에 따르면, 2010~2021년 이 장르 관객 수는 29만명에서 233만명이 돼 약 8배로, 매출액은 19억엔에서 239억엔(약 2190억원)이 돼 12.6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연 39편이던 공연 편수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222편으로 정점을 찍었고, 2021년에도 172편을 기록했다. ‘2.5차원 뮤지컬’은 지금 일본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공연 장르다.
네르케플래닝의 대표작 ‘테니스의 왕자님’의 경우, 2003년 초연 후 올해 2000회 공연, 누적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 창작 뮤지컬 흥행작 ‘영웅’이 2009년 초연 뒤 14년 만인 지난 3월 1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흥행 속도다.
‘2.5차원 뮤지컬’과 기존 뮤지컬 산업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창작자·배우의 이동과 교류는 이미 자연스럽다. 최근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돼 매진사례를 기록한 서울예술단 창작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경우 네르케 플래닝의 ‘귀멸의 칼날’ 연출 경력자가 연출을 맡았다. 또 ‘테니스의 왕자님’에 출연했던 시로타 유우(城田優)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 부츠’ 라이선스 공연의 주역을 맡기도 했다.
관객층도 마찬가지. 노가미 대표는 “젊은 시절 이 장르 팬이 된 관객들이 이제 딸과 함께 극장을 찾는다. 갈수록 관객층이 넓어지고 있다”며 “관객들은 2.5차원으로 처음 뮤지컬을 접한 뒤, ‘시키(四季)’나 ‘다카라즈카(宝塚)’ 등 유명 극단의 정통 뮤지컬로도 취향을 넓혀간다”고 했다.
한국 웹툰은 최근 일본과 북미 유럽 등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며 산업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나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한 경우도 많지만 공연화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 2.5차원 뮤지컬의 흥행은 K웹툰의 IP(지식재산권) 활용 노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세 번째 시즌 누적 관객 33만명을 돌파한 뮤지컬 ‘데스노트’도 일본에선 2.5차원 뮤지컬. 우리 웹툰 IP를 활용한 뮤지컬의 산업적 성공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노가미 대표는 “한국 웹툰은 무척 수준이 높다”며 우리 웹툰 제목을 줄줄이 말했다.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은 충분히 뮤지컬로 가능성이 있습니다. 육성재 배우 주연 드라마로 만들어진 ‘금수저’도 무대에서 빛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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