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도 칼럼] 코리아 원팀! 부산 원팀?

정상도 기자 2023. 7.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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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출범 1년 맞아 박형준 시장 보낸 메시지 ‘변화의 바람, 혁신의 파동’
2030엑스포 유치, 그 이상 시민과 함께 할 준비 됐나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4일 오후 민선 8기 부산시정 출범 1주년을 맞아 시민에게 보내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변화의 바람, 혁신의 파동’이란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엔 시청에서 기자 회견을 했다.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과제를 담은 30쪽 짜리 자료 주제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변화와 도전’이었다. 출범 1주년은 지난 1일이었으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 해외 일정에 따라 조정됐다.

박 시장 1년은 엑스포 유치 활동과 궤를 같이 한다. 그 과정에서 박 시장은 ‘부산에서 일어나는 거센 변화의 바람을, 혁신의 파동’을 느꼈지 싶다. 정부와 부산시가 방문한 나라 47개국에, 한국이나 부산을 찾은 나라가 92개국이다. 홍보대사인 이정재 로지 BTS 조수미와 아기상어가 목청껏 “엑스포 도시 부산”을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범국가적 유치 역량을 결집한 ‘코리아 원팀’이 세계를 누볐다. 박 시장은 이를 ‘가장 큰 행운’이라 여기며 20개국 26개 도시를 순방했다. 그 여정이 지구 3.8바퀴인 15만2000㎞에 이른다.

단군 이래 ‘부산’이란 도시 이름이 세계에서 이처럼 많이 불리운 적이 있었느냐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좋은 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21일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분석기관 EIU가 발표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에서 부산이 아시아 6위를 기록했다. 박 시장은 이를 ‘부산을 아시아 10대 행복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의 결실로 이어가려는 듯하다. 이에 더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 산업은행 부산 이전 기관 정식 지정, 국내외 기업 투자유치 실적 10배 이상 증가, 15분 도시 조성 진척, 다자녀 가정 지원 확대, 양성평등 문화 확산 등 박 시장이 꼽은 변화의 바람, 혁신의 파동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박 시장은 바람과 파동을 더 크게 키우고 속도를 높여서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웬걸. 정작 부산 시민 반응이 만만찮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시민단체가 내놓은 민선 8기 시정 평가는 박 시장 입장에서 박할 수 있다. 27일 ‘박형준 시장 1년 시정 평가 시민대토론회’에선 엑스포 유치에 올인하느라 여성 노동 환경 복지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민선 8기 부산시정 평가 결과 발표 기자 회견’에선 시민 삶과 직결된 안전 및 민생 현안 정책과 대응이 부족했다는 쓴소리가 제기됐다.

박 시장은 부산을 세계에 알리며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간다고 자평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시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는 시정이 아쉽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이 주도하는 핵심 사업에 편중된 예산, 대심도 사고 늑장 대응 등을 따지고 후쿠시마 오염수 및 낙동강 녹조 대책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그런 바람이 담겼다.

그래서 4일 기자 회견에서 박 시장이 이를 두고 “다소 억울하다”고 속내를 내비친 건 마뜩잖다. 다양한 의견이 오히려 당연하고, 이를 수렴하는 건 시장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지난 3월 대심도 사고 때 늑장 대응에 유감을 표했던 박 시장이다. 또 그는 지난 4월 무상 우유급식사업 대상에서 다자녀 가정을 제외했다가 ‘출산장려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자 격노해 직접 시비 20억 원 편성을 지시했다. 시장은 박수보다 비판에 진심이어야 하는 자리 아닌가.

박 시장은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1년3개월가량 시정을 수행했고, 2022년 6·1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8기 4년의 중책을 맡았다. 66.36%로 역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부산이, 대한민국이, 세계가 그의 시정을 지원해주는 셈이다. 변화의 바람, 혁신의 파동을 주장한 배경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3년 꽃길만 걸으리란 보장은 없다.

올해 초 낙동강 오리알이 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이 그렇고, 엑스포 드라이브에서 생긴 시민사회와의 소통 부재가 그렇다. 부산연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엑스포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민이 41%에 그친다. 소통은 박 시장과 시청 구성원 사이에도 필요하다. ‘늘공과 어공’ 문제든, 엑스포 및 관련 사업과 그 나머지로 나눠진 듯한 시정 양상이든 소통의 키를 쥔 건 박 시장 자신이다. 원맨 플레이와 원팀 플레이의 결과는 누가 봐도 뻔하다.


출범 1년. 기후변화나 양극화 해결 및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비전, 반대 세력에 귀 기울이는 포용력, 6대 분야 24개 추진과제 108개 세부 사업에 걸친 공약을 실천하는 추진력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를 추스를 때 부산 원팀도 가능하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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