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한 신지애, US오픈 준우승… 프로 2년차 코푸즈 깜짝 우승
제78회 US여자오픈(총상금 1100만달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6393야드)에서 열렸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돼 가장 아름다운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에서 여자 메이저 대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었다. 페블비치 여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으나, 강한 바닷바람과 작은 그린으로 무장한 코스를 공략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승은 하와이 출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 앨리슨 코푸즈(25·미국)에게 돌아갔다. 코푸즈는 10일 대회 최종 4라운드를 단독 선두 하타오카 나사(24·일본)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해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친 그는 공동 2위(6언더파) 신지애(35)와 찰리 헐(27·잉글랜드)을 3타 차로 제쳤다. 자신의 투어 첫 우승을 US여자오픈에서 달성하며 상금 200만달러(약 26억원)를 받았다. 코푸즈는 “US여자오픈 우승은 꿈꿔온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코푸즈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랐다. 치과 의사인 아버지는 필리핀, 어머니는 한국 출신이다. 어린 시절 집이 오아후섬 카폴레이 골프코스 7번홀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4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 오빠와 주말에 함께 하는 활동이었는데 점점 더 잘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만 10세였던 2008년 US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하와이 출신으로 롤 모델인 미셸 위 웨스트(34·미국) 종전 기록을 깼다. 코푸즈는 USC(남가주대) 골프팀에서 활약하며 경영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코로나 확산 사태가 커졌을 땐 대학으로 돌아가 석사 학위도 땄다. “골프를 하다가 언제든 다칠 가능성도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학교는 인간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코푸즈는 우승 경험이 없는데도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 경기를 차분하고 침착하게 풀어갔다. 특히 이날 퍼트 수가 26개로 출전 선수 중 가장 적었다.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의 푸나호우 스쿨을 졸업했는데, 버락 오바마(62) 전 미국 대통령과 미셸 위 웨스트가 이 학교 동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하와이 출신 코푸즈 우승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골프광으로 잘 알려진 그는 “당신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다. 카폴레이에서 라운드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까지 미LPGA 투어 통산 11승을 올린 뒤 2014년부터 일본 투어에 전념해온 신지애는 4년 만에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정확성과 집중력을 앞세워 우승 경쟁을 벌였다. 버디 5개, 보기 1개로 이날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준우승했다. 자신의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은 2010년 공동 5위였는데 13년 만에 넘어섰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35.6야드로 63위에 그쳤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이 89%로 2위, 그린 적중률이 65%로 공동 3위였다.
신지애는 “꿈에 그리던 페블비치에서 경기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고 영광이었다”며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챔피언이 된 것만큼 기쁘다”고 했다. “사실은 할머니께 이곳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며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년 US여자오픈 출전권을 확보한 그는 “이번 주에 나의 US여자오픈 개인 통산 최고 기록(준우승)을 새로 썼으니, 내년엔 한 계단만 더 올라가보길 기대하겠다”고 했다. 신지애는 LPGA 투어 통산 11승 중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2008·2012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했다. 2010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일본 투어 2승을 올리며 열 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3라운드까지 3위를 달렸던 김효주(28)는 공동 6위(2언더파)로 마감했다. 유해란(22)이 8위(이븐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 박민지(25)가 공동 13위(4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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