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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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워리은행'이라는 낯선 용어를 듣게 된다.
지방은행 중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전통의 5대 시중은행(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이 모두 퇴출되는 IMF 칼바람에도 공적자금 투입 없이 살아남은 '유이'한 지방은행이다.
부산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로운 바다로 나가는 라이벌 대구은행의 항로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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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워리은행’이라는 낯선 용어를 듣게 된다. 국민 신한 하나 농협과 함께 5대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라는 1인칭 대명사는 자기 은행에만 사용할 뿐, 아무리 고유명사라도 타사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불문율이다. 호칭마저 깐깐하게 따질 만큼 회사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예대금리가 매번 공시되고 영업실적은 일 단위로 집계하기 때문에 비교와 경쟁은 은행원에게 일상이다. 지방은행 중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전통의 5대 시중은행(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이 모두 퇴출되는 IMF 칼바람에도 공적자금 투입 없이 살아남은 ‘유이’한 지방은행이다. 출발은 1967년 10월 7일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개업한 대구은행이 먼저다. 부산은행은 18일 뒤인 1967년 10월 25일 문을 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업권이 대구와 경북 전체인 대구은행이 앞서 갔다. 부산은행 직원들은 한때 “TK 고객들의 충성도가 부럽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2011년 부산은행이 두 달 먼저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남은행 합병 이후엔 격차가 더 벌어졌다. 부산은행은 6개 지방은행 중 부동의 1위다.
1호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올해 안에 시중은행으로 바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촉진책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함에 따른 것이다. 최소자본금 기준과 지배구조 요건을 만족하는 지방은행은 대구은행과 제주은행 뿐이다. 산업자본(롯데 등) 지분이 4% 이상인 부산은행은 은산분리원칙에 따라 일단 배제됐다. 대구은행 황병우 행장은 최근 “지방은행이라는 핸디캡이 많았다”며 “본점은 대구에 두고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반기 중 인가가 나면 신규 시중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이다.
부산은 한국 근대식 금융기관 효시인 일본 제일은행 지점(1878년)이 설치된 도시다. 구포은행(1912년)은 최초의 민족계 지방은행이었다. 1989년엔 최초의 지방 본사 시중은행 동남은행을 낳았다. 부산이 글로벌 금융도시를 꿈꾸는 근저엔 이런 깊은 전통이 자리한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는 낮은 금리로 더 나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기대와 지역 밀착도 저하, 자금 유출이라는 우려가 뒤섞인다. 부산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로운 바다로 나가는 라이벌 대구은행의 항로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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