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문제다
상대성이론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은 수많은 명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논리는 우리를 A에서 Z로 데려다주지만, 상상력은 모든 곳으로 데려다준다”거나, “세상은 사악한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악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위험하다”처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위대한 과학자로서 문제해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에게 문제를 풀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간 문제를 생각하고, 5분간 해법을 생각하겠다.”
아인슈타인이 20세기 전반부의 물리학을 대표한다면, 후반부 대표로는 리처드 파인만을 꼽을 수 있다. 양자전기역학 분야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그는, 드럼을 치고 ‘농담도 잘하시는’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파인만의 문제해결 방법은, 그의 동료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머레이 겔만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 알려졌는데, 다음과 같다. “문제를 적는다. 정말 열심히 생각한다. 답을 적는다.” 일견 유머를 넘어 말장난처럼 보이거나, 보통 사람들은 쓸 수 없는 방법처럼 보인다. 열심히 생각해도 답을 못 구할 것 같지만, 실제 해보면 문제를 적는 것부터 쉬운 과정이 아니다.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흔한 예는 학생들이 학교 시험에서 문제를 잘못 보고 틀리는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명확히 진술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데 주의를 기울이면 나아지지만,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불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규정하는가?
브레인스토밍이라는 아이디어 발상 또는 회의 기법을 개발한 오스본은 그의 동료 파네즈와 함께 창의적 문제해결의 여섯 단계를 제안했는데, 목표설정-사실확인-문제정의-아이디어 도출-해결책 찾기-실행계획수립으로 이뤄진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기 전에 추구하는 목표와 현재의 사실을 확인하고 그 차이로부터 문제를 도출한다.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문제가 다르게 정의되고, 해결을 위한 행동도 전혀 다르게 이뤄진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부산의 교육원 책임자가 100명의 학생을 인솔하여 대전에 갔다. 국책연구소의 협조를 받아 참관과 강연 등 프로그램을 밤늦게까지 진행하고, 차로 30분 거리의 숙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전세버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교육원 실무자는 연구소에서 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지 않았고, 연구소에서는 초기에 검토하여 버스지원이 가능하면 확답을 주겠다고 했으나, 예산문제로 불가해지자 별도로 회신을 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실무자가 미리 확인을 못 한 점이 미흡하다거나, 연구소가 버스지원이 어렵다고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떠오를 수 있지만, 이는 문제를 유발한 원인이긴 해도 목표를 고려한 문제 자체는 아니다. 학생들이 숙소로 가는 것이 목표라면, 문제는 갈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고, 문제해결은 학생들을 숙소로 이동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10년 전 실제 있었던 이 에피소드는 그 지역의 여러 콜택시 회사에 요청하여 가용한 택시를 모두 동원함으로써 간단히 해결되었다. 만약 책임자가 문제발생의 책임이나 민원이 자신에게 올 것을 염려하고 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그래서 두 기관의 원활하지 않은 소통을 문제로 보고 담당자를 질책하였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었을 것이다.
이처럼 문제인식과 해결을 위한 행동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지고, 문제해결 행동에는 추구하는 목표가 반영되어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나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하여 정치인들이 수족관의 물을 떠먹거나 공사백지화를 선언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려는 문제해결 전략의 일환이다. 그분들이 무엇을 이상적인 목표로 삼는지 알 수 없고, 지지자를 대표하여 무엇을 목표로 삼든 뭐라고 할 바는 아니다. 다만, 다른 시민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필자에게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과는 차이가 커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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