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만 前 총통의 전쟁 걱정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마잉주(馬英九) 전(前) 대만 총통을 만나 인터뷰했다. 인상적인 점은 그가 인터뷰 내내 ‘전쟁’을 반복해서 언급한 것이다. “대만은 전쟁에서 한 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머리카락 한 가닥을 잡아당기면 몸 전체가 움직일 만큼 급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는 ‘전쟁에 근접한 상황’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분합(分合)의 중국 역사를 돌아보면 대만과 중국 본토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한탄까지 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실질적인 ‘전쟁 공포’가 대만을 덮치고 있다. 이전까지 대만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전쟁’은 미국의 군비 확충을 위한 구실이나 정치 구호 정도로 여겨졌는데 이제는 보통 대만 사람의 걱정거리로 부상한 것이다. 선거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두도 ‘전쟁과 평화’다. 유권자들은 ‘어느 당을 선택해야 전쟁 위험이 낮아질까’ 고민 중이다. 양안 협상의 ‘정치적 기초’인 ‘92 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누가 ‘진짜 중국’인지는 알아서 생각하는 합의)’이 흔들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에 들어 ‘무력 통일’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전쟁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중 경쟁이 격화하면서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미국·대만의 우발적 군사 충돌 확률이 높다.
문제는 빠르게 바뀌는 양안 정세가 남 일이 아니란 점이다. 양안 긴장이 높아질수록 한반도 정세가 위태로워진다. 전쟁 직전에는 중국이 주한 미군과 한국군의 손발을 묶기 위해 북한 도발을 부추겨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란 시나리오가 있다.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면 미국의 우방인 한국은 중립을 선택할 수 없이 전쟁에 끌려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오판할 우려도 크다. 중국은 전선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을 원치 않겠지만, 북한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국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미·중 관계뿐 아니라 양안 관계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수시로 대만 유사시 시나리오를 짜듯이 한국도 만일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미·중 충돌을 전제로 현지 실사에 들어갔고, 일본은 대만과 가까운 난세이 제도의 방위력을 증강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반중(反中) 집권당인 민진당과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 제3지대 민중당 중에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양안 정세가 급변하고, 한반도 안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만에서 국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중국의 대만 압박 수위가 사상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과연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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