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박수근미술상 노원희 작가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2016년 제정됐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노 작가는 1980년부터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다. 구상 회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정치 사회 역사 젠더 환경 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해 왔다.
심사단은 “노 작가는 일상과 현실에 대해 애정과 비판의식을 갖고 이를 서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13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사회사 없는 개인사 없어”… 40년간 화폭에 담은 ‘민중의 삶’
엄혹한 1960년대 대학신문 기자
시위대 취재하며 현실 문제 고민… 인권 변호사 조영래도 취재
“결핍 채우려 가정-작업활동 병행…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 불렸으면”
그런 그의 작품에는 일상에 숨은 공포와 폭력이 감돈다. 1980년 작품 ‘한길’은 어린이들이 노는 장면을 묘사했지만 먹구름이 잔뜩 꼈고, 한 아이가 굳은 표정으로 총구를 겨누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전에 미술관 대표 소장품으로 소개됐다.
서울 종로구의 자택에서 5일 만난 노 작가는 “사회사가 없는 개인사는 없다”며 “대학생 때 학보사 기자를 하며 자연스럽게 갖게 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작품에서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은 그는 반나절 동안 시장을 거닐며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수상 전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박수근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본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박수근이 독학으로 탄탄한 조형 세계를 구축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가 활동했을 당시 서민은 공동체 구성원 전부였죠. 다 같이 가난한 보통 사람들의 선함과 진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거기서 근원적 정신성이 느껴졌습니다.”
1980년부터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한 그는 민중미술가로도 불린다. 이에 대해 그는 “민중미술가라고 하면 민중의 삶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라는 명칭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노 작가는 “결혼 이후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업 활동을 못 하게 된 작가들은 항상 결핍을 느낀다”며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근근이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피켓 시위하는 사람들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 문제를 여전히 다루는 그는 최근 산업 재해를 주제로 몇 편의 작업을 해왔고, 당분간은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제8회 박수근미술상은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가 추천위원 5명을 위촉했고, 추천위원이 후보 11명을 선정해 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김현숙 KISO 미술연구소장, 이준 삼성문화재단 자문위원, 윤동천 전 서울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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