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에 휘청이는 韓 LG·삼성 디스플레이 새 먹거리 찾았다
애플은 지난달 야심 차게 공개한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의 목표 판매량을 내부적으로 100만대에서 40만대로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애플의 비전프로 목표 판매량 조정은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생산 문제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비전프로에는 일본 소니가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위탁 생산한 마이크로 OLED가 탑재되지만, 공정이 까다롭고 수율(생산량 대비 정상품 비율)이 낮아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FT는 “이 작고 값비싼 디스플레이가 애플의 골칫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우표 한 장 크기(1인치)에 불과한 마이크로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MR·VR(가상현실)·AR(증강현실) 헤드셋 등 고성능 하드웨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은 부피로 초고해상도 화면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 OLED가 핵심 부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는 광학 기술을 앞세운 소니가 선두를 달리고, 한국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추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장악한 저가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미래 디스플레이 성장 동력”이라고 했다.
◇스마트폰보다 6배 세밀한 초미니 OLED
마이크로 OLED는 1.3인치(대각 길이 약 3.3㎝)에 약 3000픽셀(화소 수)이 들어간다. 일반 스마트폰 OLED의 단위당 픽셀보다 6배가 많고, 초고해상도 TV 디스플레이보다도 훨씬 선명하다. 애플 비전프로 같은 헤드셋을 통해 마이크로 OLED를 보면 눈앞에 거대하고 선명한 스크린이 펼쳐진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 대형 TV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비전프로 1대 당 제조원가(1500달러)의 약50%(700달러)가 마이크로 OLED에 쓰일 정도로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특히 애플의 비전프로를 비롯해 메타 오큘러스(VR 기기), 구글과 삼성전자가 내놓을 차세대 MR 기기 등 사람의 눈 바로 앞에 디스플레이를 놓는 하드웨어들은 모두 이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의 성능이 기기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MR·VR·AR 등 헤드셋 세계시장이 2023년 판매 대수 5000만대에서 2025년 1억500만대로 급증하고, 옴디아는 관련 시장 규모가 올해 69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7년 20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생태계 탄탄한 한국에 기회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는 실리콘 웨이퍼에 유기물을 증착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기존 OLED 제조 방식과 달리 반도체에 활용되는 초미세 공정을 디스플레이 제조에 활용하는 것이다. 애플 비전프로의 디스플레이 설계는 소니가 했지만, 제조는 반도체 파운드리 TSMC가 맡는 이유다. 후발 주자인 한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을 살려 개발·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SK하이닉스와 협업을 통해 지난 1월 IT 박람회 CES 2023에 마이크로 OLED 시제품을 공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마이크로 OLED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업체 이매진을 약 2900억원에 인수하고, 올해 초부터 국내 공장에 시제품 생산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에 위기감이 감도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마이크로 OLED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설비 기업과 노하우가 풍부한 만큼 마이크로 OLED 시장에선 해외 기업을 따돌릴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라며 “다만 아직 초기 기술이라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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