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낙동강 전선 다부동에 ‘더러운 평화’는 없었다

이붕우 육군협회 대변인·前 국방홍보원장 2023. 7. 11.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은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자리였다. 당시 백 장군이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최대 격전지였던 낙동강 전선을 지키고 반격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2020년 7월 서거 전까지 백 장군은 생사(生死)를 같이한 부하들의 살과 뼈가 흙이 되고 넋이 깃든 다부동에 묻히길 소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 백 장군이 생전에 그리워한 부하들을 기리는 구국용사충혼비 아래 그의 동상이 들어선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그런데 동상 제막식 하루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전(停戰) 70주년 관련 시민 단체 대표단 간담회에서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발언해 충격을 주었다. 그럼 적의 침공에 맞서지 말고 항복하라는 말인가. 목숨을 걸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 영웅들을 모욕하는 언사가 아닐 수 없다.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 당시, 급식이 끊겨 이틀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병사들이 고지를 내려왔을 때 백선엽 사단장이 막아섰다. “더 후퇴할 곳이 없다. 더 후퇴하면 나라가 망한다. 다시 싸우자. 내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겠다. 내가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 그해 그곳에 ‘더러운 평화’는 없었다. 적을 물리쳐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처절한 싸움만 있었을 뿐이다. 결국 영웅들은 풍전등화의 나라를 지켜냈다. 이제 대한민국이 답해야 할 차례다. 사이비 평화론자들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구국의 영웅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가 될 때 이 땅에서 사이비 평화가 운신하지 못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