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8] “작년보다 의욕이 넘치는 분 있으세요?”
창작 작품으로 구성된 국립발레단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일상의 행복, 인공지능 그리고 강렬한 한국적 움직임 등 다양한 키워드를 발레에 접목한 혁신적 시도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뛰어난 무용수의 기량에 큰 문화적 쾌감을 경험했다. 공연을 보고 나서 문득 K팝,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후배들이 흘렸을 땀방울이 생각났다. 동시에 난 너무 무기력하게 도전 없이 사는 건 아닌지 하는 자책도 찾아왔다.
노벨상 수상 후 수상 연구자들의 혁신적 연구 활동이 감소했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유명해져서 여러 사회 영역에 참여하는 ‘공공 지식인’ 역할이 커지다 보니 연구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수상으로 인정받은 기존 연구 성과에 대한 만족감이 크기에, 파괴적 혁신 같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연구 아이디어를 실천할 동기가 감소한다는 설명도 한다. 그래서 이 연구를 한 저자는 파괴적 혁신 아이디어를 품고 있는, 미래에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지닌, 젊은 연구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회사 리더급이 모인 곳에 가서 ‘요즘 작년보다 의욕이 넘치는 분 있으세요’란 질문을 하면 웃음이 빵 터지는 분위기이다. 거의 모두가 무기력을 느끼기에 나오는 역설적 감정 반응이다. 신입 사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어떨지 리더들에게 물으면, 보통 신입 사원의 20~30% 정도가 무기력하다고 답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실제 신입 사원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면 리더군과 비슷하다. 거의 모두가 무기력을 느낀다고 한다.
팬데믹 전쟁을 치르고 정신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지구인 대부분이 무기력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 요즘 같은 무기력감엔 ‘파이팅’ 보다는 ‘액티브(active)’가 효과적이다. 과거의 액티브가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행동을 한 것이라면, 지금의 액티브는 무기력감에 동기가 떨어져 있어도 나아갈 가치가 있는 좌표가 앞에 있다면 일단 먼저 ‘액션’을 하는 것이다. 동기가 있어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무기력이 심할 때 먼저 행동하는 것이 거꾸로 마음에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다.
무용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들 대부분은 팬데믹 시기 공연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그 누구도 동기 에너지가 넘치는 과거 3년을 보내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 할 방향이라면 먼저 행동했기에 그 결과로 멋진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더 무기력해지기 쉽지만 가치 있는 좌표가 눈앞에 보인다면 먼저 ‘액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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