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로보택시, 도심서도 24시간 달리나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7. 11.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13일 세계 처음으로 허용 여부 투표

지난 6일(현지 시각)부터 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서부 도로 곳곳에는 보닛에 라바콘(안전 고깔)을 올리고 정차해 있는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가 등장했다. ‘안전한 도로를 위한 반란(Safe Street Rebel)’이라는 단체가 “로보택시의 24시간 운영 허가를 반대한다”며 진행한 기습 시위에 당한 차량들이다. 이 단체는 “로보택시는 작은 장애물에도 교통체증을 일으킬 정도로 불완전한 서비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라바콘을 치우고 계속 주행하지만, 로보택시를 운행하는 인공지능(AI)은 이를 긴급 정차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크루즈가 운영하는 로보택시들이 보닛위에 콘을 세우고 정차하며 교통 정체를 일으키고 있는 모습. ‘안전한 도로를 위한 반란(Safe Street Rebel)’이라는 단체가 로보택시의 24시간 운영 허용 여부 투표를 앞두고 "로보택시가 얼마나 불완전한 서비스인지 보여주겠다"며 벌인 시위다. /트위터 캡처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13일 세계 최초로 도시 전역에서 웨이모와 크루즈 로보택시의 24시간 유료 운영을 허가할지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심야 시간(오후 10시~오전 5시)에만 운행이 가능했던 로보택시를 일반 택시나 우버처럼 언제든 영업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현지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상시 운영이 허용되고 안착하면, 올해는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케츠 앤드 마케츠는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 규모가 올해 4억달러(약 5226억원)에서 2030년 457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보택시 원년, 미중 경쟁 치열해진다

로보택시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샌프란시스코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8일 베이징에서 로보택시 상용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정 구역에서 당국의 조건을 충족한 업체들에 한해 상시로 유료 로보택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에서 자율주행 기술로 가장 선두에 있는 바이두의 아폴로, 포니AI 등이 본격 유료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당국은 “향후 로보택시 운영 면적을 500㎢ 규모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에 맞먹는 수준으로, 계획이 실현되면 중국 기업들은 샌프란시스코(121㎢)의 4배에 달하는 지역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하게 된다. 로보택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교해지는 만큼, 후발 주자인 중국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미국 선두 기업들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자율주행은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의 주요 ‘배틀필드’로 꼽힌다. 자율주행은 카메라·라이다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는 AI 기술부터 클라우드 기술, 초고속 통신 기술을 총망라한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현대차가 올해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을 통해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운행에 나선다.

기업들이 상용화에 적극적인 것은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 웨이모, 크루즈는 물론 중국 기업들도 다년간의 기술 투자로 대규모 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대규모 감원까지 진행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연구에 큰돈이 들지만,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는 아직 없다”며 “특히 핵심 투자자였던 빅테크들이 지난해부터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자율주행 사업부들도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계는 여전… 우려 해소가 관건

일각에선 로보택시의 한계가 여전하며, 서비스 확장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도심에서 시범 운영되는 로보택시들은 문제점을 속속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출동하는 소방차와 응급 구조차가 길 한복판에 정차해 있는 웨이모의 로보택시 때문에 현장 도착이 늦어진 사건이 일어났다. 샌프란시스코시에 따르면 로보택시가 화재 출동을 방해한 횟수만 올해 최소 18회로, 현지 소방 당국은 이미 시에 “로보택시의 24시간 영업 허가를 반려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경찰이 차를 세우려 하는데 고속 주행으로 달아난 사건, 한밤중에 전조등을 켜지 않은 ‘스텔스 주행’을 한 사건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크루즈에 따르면 도심을 운영할 때 자율주행의 기술적 난도는 한적한 교외 지역에서 운행할 때보다 4658% 높아진다. LA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자율주행 같은) 새로운 기술은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협업과 타협이 필요하며,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썼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