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개미 vs 외국인 한쪽은 치명타 입는다
이차전지 업체 에코프로가 10일 장중 101만5000원을 기록(종가 96만5000원)하면서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황제주는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주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내에선 작년 5월 태광산업 주가가 100만원 밑으로 떨어지며 황제주가 자취를 감췄는데, 에코프로가 가장 비싼 주식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에코프로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등을 핵심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다. 연초 11만원으로 출발한 주가가 ‘전기차’ 훈풍을 타고 800% 넘게 급등했다. 에코프로의 액면가는 500원이기 때문에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주가가 1000만원이 된 셈이다.
에코프로는 현재 증시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식 중 하나다. 개인 투자자들의 소문으로 주가가 오르는 ‘밈 주식’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개인들이 열광하는 주식이 되면서 주가 향방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며 “더욱이 에코프로 매도 의견을 냈던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인터넷에서 실명으로 조리돌림(비난)당한 후로 관련 리포트를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고 했다. 증권사들의 에코프로 목표 주가는 평균 42만5000원으로, 현재 주가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개미들이 밀어올린 주가
에코프로 주가는 올 들어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으로 상승했다. 전·현직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본사가 지난 3월 검찰 압수 수색을 당하기도 했고, 4월엔 주가가 과열됐다며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5월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2심에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가는 소폭 조정을 받았을 뿐이다.
주가 상승을 견인한 건 개인 투자자들이다. 개인은 상반기에만 에코프로 1조914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1조2006억원)과 기관(-7338억원)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주식 유튜버들의 강력한 추천과 실제 에코프로에 올인했다가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들의 ‘인증 샷’이 퍼지며 온라인상에서 에코프로는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는’ 밈 주식으로 여겨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가 기대되는 데다, 이차전지 핵심인 양극재 생산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계열사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 등에서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
또 지난 5월 불발되긴 했지만, 다음 달 에코프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편입되면 주가가 더 뛸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공매도(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사들일 경우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판 게임스톱 논란
하지만 현재 주가는 과도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자들은 올 들어 꾸준히 공매도 물량을 늘려왔다. 연초 745억원이었던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21일 1조2653억원까지 늘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공매도 투자자들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외국인들아, 빨리 갚아라 외상값” “공매도를 박살내자” 등의 글이 넘쳐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인들이 공매도 세력과 대결한다는 점에서 2021년 미국의 ‘밈 주식’ 광풍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뉴욕 증시에선 헤지펀드의 게임스톱 공매도에 맞서 개인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뭉쳐 집중 매수전을 벌였고, 게임스톱 주가는 한때 200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81달러(장중 한때 120달러)를 넘겼던 게임스톱 주가는 현재 4분의 1이 됐다. 또 다른 밈 주식인 영화관 체인 AMC 주가도 2021년 6월 59.26달러의 최고가에서 지금 4.2달러로 폭락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코프로 주가가 과열됐다는 논란이 있다”면서 “미·중 관계의 방향성이나 IRA 수혜, 생산 세액공제 등의 기대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느냐가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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