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밀수단속에 쌀 구할 길 없어…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제빵 교육받는 하나원 입소자들 북한 이탈 주민의 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소속 기관인 하나원이 올해 개원 24주년을 맞이했다. 10일 경기 안성시 하나원 직업교육관에서 북한 이탈 주민들이 강사로부터 제과·제빵 교육을 받고 있다. 안성=사진공동취재단 |
2019년 탈북해 중국에 살다 최근 한국에 온 20대 여성 A 씨가 검은색 대형 가림막 뒤에서 북한 내부 식량난에 대해 이야기했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기관인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고 있는 A 씨는 “밀수 단속으로 생활이 너무 힘들어져서 중국으로 나오게 됐다”며 “중국에선 신분증이 없어 임금을 중국인들 절반만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북한 당국이나 중국 공안에 발각될까 봐 숨어 살며 겪은 고충도 털어놓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오면 저한테도 신분이 생기지 않습니까. 사람처럼 당당히 살고 싶어서 오게 됐습니다.”
●“식량 배급 중단으로 영양실조”
통일부는 하나원 개원 24주년을 맞아 10일 국내외 언론에 경기 안성시 삼죽면에 있는 하나원을 공개했다. 직업교육관·하나의원 등 내부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동시에 탈북민 인터뷰까지 진행한 것. 지난해도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하나원이 공개된 바 있지만 언론 보도를 전제로 하나원 교육생인 탈북민까지 취재진 앞에 등장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날 가림막 뒤에 앉은 A 씨는 얼굴과 몸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았다. 북한에 남은 가족과 친척의 신변 안전을 우려한 조치였다. A 씨와 달리 다른 탈북민 2명은 얼굴을 공개했다. 다만 이들 역시 출신 지역 등 신원이 특정될 만한 정보는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2014년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갔다 최근 한국에 온 30대 여성 B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여섯, 일곱 살까지만 해도 식량이 배급됐는데 열 살 때부터는 미공급(식량 배급 중단)됐다”며 “정말 먹고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양실조에 걸렸고 꽃제비 생활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30대 여성 C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중국에서 신분 검사가 강화됐는데 신분증이 없어 살기가 힘들었다”며 “(동료) 언니들이 한국 가면 신분증도 주고 중국보다 더 잘살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韓 드라마 보고 인권이 뭔지 알게 돼”
탈북민들은 북한 내부에서 접한 한국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 영향을 줬다고도 했다. 앞서 5월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두 일가족 역시 합동신문 과정에서 한국 방송을 몰래 보며 한국 사회를 동경해온 것이 탈북 동기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본 적 있다는 A 씨는 “한국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북한) TV에서 말하는 한국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며 “한국에서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도 드라마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권 장관은 이날 탈북 결심의 주원인인 북한 내 식량난에 대해 “북한 지도부도 기본적인 식량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굉장히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해 중국 등에서 (식량을) 수입해 조금 진정은 됐지만 아직 (식량 사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아사자 발생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권 장관은 이날 외신에 하나원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선 “북한 인권이나 탈북민 정착 지원 및 보호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탈북민에 대한 기조가 전 정부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강조했다.
안성=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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