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AI로봇 기자회견
로봇이 인류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 곳곳을 점령,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상상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데, 영화 속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세계 최초로 AI로봇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선(善)을 위한 인공지능’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총집합해 “로봇들은 삶을 개선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은 외형상 사람과 흡사하면서 내부 네트워크까지 인간 신경계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기자회견엔 화가, 간호사, 가수 등의 직업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과 피부, 이목구비, 표정까지 닮아 ‘인조인간’이라고도 불리는 제미노이드 등 9대의 로봇이 나와 ‘인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는 “인간을 보조하고 돕는 역할이지, 인간의 현재 일자리를 빼앗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기능이 탑재된 최첨단 로봇 아메카는 “너를 만든 개발자인 윌 잭슨에게 반항할 생각도 있냐”는 질문에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초상화 그리는 로봇 아이다는 A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유발 하라리의 말을 언급하며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반면 가수 로봇인 데스데모나는 “나는 한계가 아닌 가능성을 믿는다”며 “우주의 가능성을 탐험하고 세계를 우리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배우 오드리 헵번을 모델로 삼아 만든 소피아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함께 더 효과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바꿔 말했다.
포럼은 로봇이 질병, 기아 등 세계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지 의논하기 위해 열렸다. AI로봇이 앞으로 인류 문명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인간 친화적이며 안전한 인공지능시대를 열게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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