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진짜 복지 사각지대 ‘동거 고립가구’
지난해 8월21일, 수원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글을 남겼다. 정부는 부랴부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세웠지만, 발표 하루 전날인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건강보험료, 통신비 등을 체납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7개월을 보내던 30대 발달장애 아들이 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거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동거 고립가구’였다.
고독사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독거가구 대상의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노력은 늘어나고 있지만, 동거가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같이 사는 가족끼리 서로 돌보며 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단지 모여 산다고 해서 취약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동거가구 중에는 그 취약성 때문에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가구에서는 2인가구의 비율이 38.2%로 가장 높다.
지적 장애인가구에서는 3인가구가 32.6%, 자폐성 장애인가구에서는 4인가구가 40.5%로 가장 높다(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같은 해 전체 가구에서는 1인가구 비율이 31.7%로 가장 높았다(인구총조사).
“실제로 일어난 고독사는 2건 모두 1인가구가 아니었다. 하나는 고령의 자매가 함께 실내에서 죽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고령의 어머니와 노년의 장애인 아들이 함께 죽어 있었다. 아마도 어머니가 먼저 쓰러지자 돌봄을 받지 못한 아들이 병고 끝에 죽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행정의 지킴 대상은 혼자 사는 고령자뿐이었다. 위 사례는 ‘가족이 있으면 안심’이라는 맹점을 찌른 경우다.”
우리나라 이야기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이 문장은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2022년)’에 실린 글이다.
사각지대의 사전적 정의는 ‘어느 위치에 섬으로써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아니하게 되는 각도(표준국어대사전)’다.
절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는 안 보이는 지점이 사각지대다. 가구원수에만 주목할 때, 위기에 놓인 동거 고립가구는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 주변의 어느 가정이나 사회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 그것이 ‘진짜’ 사각지대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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