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AEA 총장, 국민의힘에도 교훈 남겼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그로시 방한’을 평가했다. 민주당 등의 국제적 망신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전례를 찾기 힘들었던 험악한 일정이었다. 7일 김포공항에서는 귀빈실이 시위대에 막혔다. 공항 2층으로 우회했지만 역시 막혔다. 고함과 현수막이 일행을 둘러쌌다. 호텔 밖에서도, 외교부 공관에서도 시위는 이어졌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몸싸움도 있었다. 정의당 부대표가 연행되기도 했다. 시위대를 피하려는 일행의 민망한 사진들이 세계로 타전됐다.
상황은 민주당 방문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거친 말이 환영사를 대신했다. ‘중립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 검증’, ‘일본 맞춤형 부실 조사’ 등이다. 면담장은 다수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몰아붙이기 다름 아니었다. 그로시도 처음에는 메모도 하며 경청했다. 그러나 질문 내용이 반복되면서 예민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IAEA는 국제기구다. 활동의 근거는 과학 논리다. 핵 비확산 등 활동을 과학으로 제어한다. 그런 기구 책임자에게 보여준 비과학적 정치 행태다.
그로시 입장은 단호했다. 신뢰할 만한 연구소에 시료를 보내 분석했음을 설명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에 한국도 포함됨을 강조했다. “(후쿠시마 방류수 등의) 삼중수소는 모든 국제적인 기준을 넉넉히 충족한다...(식탁 위 물을 가리키며) 저기에도 삼중수소는 들어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치적 표현을 답에 사용하기도 했다. “나도 마실 수 있고 수영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북핵부터 경계하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북핵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국민의힘은 고무된 듯하다. 여론 환기의 계기라 여긴 듯하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에도 그런 기대감이 있다. 오판이다. 그로시 방한에서 국민의힘도 절절히 배울 점이 있다.
그로시가 인터뷰 등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면) 일반 대중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오염수 공포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들에게 계속 설명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해시켜야 하는 책임을 말하고 있다. ‘괴담·가짜뉴스’라는 표현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국민의힘은 어땠나.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무조건 ‘괴담’, ‘가짜뉴스’로 몰았다.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윽박지르는 분위기로 끌고 갔다. 그렇지 않나.
여야 모두에 부끄러움을 준 그로시 방한이었다. 뻔뻔한 무지로 돌진했던 민주당이 부끄러웠고, 설명 책임 잊고 있는 국민의힘이 부끄러웠다. 한국 정치 전체가 IAEA 앞에 당한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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