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일본의 '스페파'를 아시나요?
가격 대비 성능이나 효율이 높다는 의미의 단어 '가성비'를 일본에서는 '코스파'라고 부른다. 같은 뜻의 영단어인 '코스트 퍼포먼스'(Cost Performance)를 일본식 발음을 차용하고 약어로 줄여 '코스파'로 명명했다. 이 단어는 일반생활이나 경제분야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폭넓게 쓰인다. 이와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진 '타이파'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코스트 대신 타임(Time)을 넣어 시간을 잘 지키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2022년 올해의 베스트10 신조어에 선정된 이 단어는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10분 안팎으로 요약한 동영상조차 2배속으로 빠르게 본다든가 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코스파' '타이파'에 이어 '스페파'라는 단어가 관심을 크게 받고 있어 화제다. 말 그대로 '스페이스 퍼포먼스'(Space Performance), 즉 공간에 대한 가성비를 의미하며 이와 관련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속속 출현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소비자에게 '스페파'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공간사용 방식을 검토하면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쿄에 거주하며 캠핑을 좋아하는 한 직장인이 집에서 캠핑의자와 접이식 테이블, 침낭, 빔프로젝터 등을 사용하다 주말에는 캠핑장으로 가져가 야외활동을 즐기는 '스페파'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SNS 콘텐츠로 화제가 되곤 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아웃도어 브랜드는 아예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캠핑장비 판매에 집중한다. 캠핑 전문 브랜드 콜맨(Coleman)은 실내에서 사용하기 쉽고 수납공간이 필요 없는 소형 캠핑제품을 내놓는데 대표적인 상품이 '에어카우치더블'로 공기를 주입해 사용할 수 있는 2인용 소파다. 집에서 사용할 수 있게 너무 많이 가라앉지 않는 적당한 탄력성으로 편안하게 만들었고 사용할 때는 폭이 160㎝지만 떼어내고 접으면 핸드백 사이즈가 된다.
전기오토바이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이코마(ICOMA)는 '타타멜바이크'(Tatamel Bike)라는 접히는 오토바이를 개발했다. 주차장이 없는 집이나 사무실을 가정해 작은 책상 아래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여행가방 크기로 접히는 오토바이다. 도심의 높은 주차요금을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정사각형 모양의 이 제품은 빠르면 올해부터 소량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이미 잠재 구매자의 문의가 쇄도한다.
죽어 있는 공간을 활용한 제품도 인기다. 사이타마현에 사는 한 남성이 최근 주택개조 중 화장실 바닥에 체성분분석기 '노르네'(NORNE)를 매립하는 장면이 인스타에 올라오면서 화제인데 이 제품은 주택건축자재 제조업체 조토네크노(Joto Techno·오사카시)가 타니타(Tanita·도쿄 이타바시)와 지난해 9월 공동개발했다. 기존 체성분 장치가 공간을 꽤 차지하고 거추장스러워 욕실의 죽은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함께 개발하게 됐다는데 처음에는 그 필요성을 의심했으나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소비자가 '스페파'를 절실히 경험한 분야야말로 비상 생활용품을 비축할 수 있는 공간 효율화일 것이다. 이 결과 일부 제품의 매출이 증가했는데 대표적인 제품이 '긴 화장지'다. 표준 길이 제품과 거의 같은 크기지만 2~3배 길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긴 화장지의 점유율은 지난 1월 추산한 결과 3년 전보다 약 12%포인트 상승한 30%를 달성했다.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인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도 배송 및 보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밖에 스틱형 헤어드라이어, 스틱타입의 다양한 화장품 등 공간활용 고효율에 최적화한 스틱타입의 신제품들도 각광받는다.
일본 주택금융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의 평균 넓이가 10년 전 대비 약 1% 감소했다고 한다. '축소지향의 일본인'들이 일으킨 '스페파' 열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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