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젊은 교사 퇴직 왜 늘어날까
2017~2018년 강원도교육청에서 근무할 때였다. 도교육청 현안 중 하나가 우리 지역으로 지원하는 초등교사가 적다는 것이었다. 2015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0.9대 1, 2016학년도 0.7대 1, 2017학년도 0.58대 1이었다. 게다가 임용된 교사 중에서도 서울, 경기로 전출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도 단위 교육청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방 이후 불균형 성장을 하면서 사회의 많은 부문에서 독식 구조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배하고, 원청과 하청이 갑을 관계로 굳어 있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 그 외 지역을 흡수해 나가는 것이 당연시됐다. 중소기업, 하청, 수도권 이외 지역이 겪는 문제는 모습만 다를 뿐 불균형 성장의 독식구조가 만든 기형이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춘천교대 졸업자 우대, 신규 교사 벽지학교 발령 배제,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나는 교육과정과에 근무하였기에 다른 대안을 찾았다.
그때 든 궁금증은 서울, 경기 출신으로 강원도에 임용된 후 연고를 찾아가지 않는 젊은 초등교사들의 이유였다. 많은 선생님을 만났다. 설문지를 통한 양적분석이 아니라 인터뷰를 통한 질적분석을 했다.
서울 경기가 연고이지만 가지 않는 선생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많은 분은 ‘결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정말 좋다는 것이었다. 교장 교감선생님에게서 늘 격려를 받고, 선배 선생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이겨낼 힘을 얻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교사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느끼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교사인 ‘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교사와 학생임을 말해 주는 응답이었다. 민주적 학교, 학습공동체 기운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동아리와 연구회 활동이었다.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동아리나 연구회 활동을 다른 시·도로 가면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서울이나 경기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면 자랑한다고도 했다. 어느 선생님은 전국의 많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에 강사로 초빙되어 강의를 하면 부러움을 받는다고 했다. 동아리와 연구회 활동을 마음껏 하고 싶으면 강원도로 오시라고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결과를 교육과정과 식구들과 나누고, 교육감, 부교육감이 참석하는 국과장 협의회에 안내했다. 학교장 협의회 때도 부탁을 드렸다. 교육과정과 추진사업에도 역점을 뒀다.
얼마 전 퇴직하는 젊은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교권 추락,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젊은 선생님들이 ‘못된’ 학부모와 학생을 만났을 때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말한다. 그 어느 부문보다도 교육 부문은 ‘못된’이라는 행위가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시도교육청, 시·군교육지원청에서 교사협의회, 교원단체, 교원노조 등과 긴밀한 협의와 힘을 모아가야 한다. 교사들의 고민이 개인의 영역에 머무르지 말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중학교 선생님 몇 분을 만났다. 얼마 전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로 분통을 터뜨린다. 시험문제를 다시 내야 하고 학교에서 혼선과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전국 만 이천여 학교가 똑같을 거다. NEIS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교육부의 독단이 학교를 더 어렵게 한다. 교사들의 기운을 꺾는다.
학교를 떠나는 젊은 교사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건 기쁘게 가르칠 의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해결책은, 어쩌면 간단하다.
기술이 아니라 기본에서 찾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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