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민주당 때문에 불가"…與 지역정가 "양평고속道 백지화 철회"
국민의힘 "민주당, 셀프 특혜 먼저 조사해야"
민주당 "'김건희 로드…국조·청문회·특검 추진해야"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정부가 백지화한 것을 두고 여야가 10일 날선 공방전을 펼쳤다.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 양평군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충돌하는 가운데 지역 내에서도 정쟁이 펼쳐질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민생경제연구소, 인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백지화 과정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그 윗선인 대통령 부부의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국고손실죄 등의 불법 비리의 과정"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아직 경기도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 처가의 땅이 얼마나 더 있는지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검찰은 왜 최근 야당과 관련된 다른 사건들에서처럼 전격적인 수사나 압수수색에 착수하지 않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을 두고 "불법 특혜 비리 사건을 은폐하고 비호하는 것"이라며 "돌발 발표 뒤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의 처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나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단 한 번도 종점 변경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며 "정부·여당이 어이없는 거짓 공작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와 정치권이 지금 바로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김 여사 일가 의혹을 '김건희 국정농단'으로 명명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의 전형으로 그야말로 국정농단"이라며 "어느 선까지 개입된 것인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비리 의혹을 덮자고 국민을 인질로 삼아야 하겠냐"며 "그런다고 정권의 부정부패를 은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장관을 포함해 어느 선까지 사태에 개입된 것인지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 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 등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원안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원상 복귀' 촉구에 나섰다. 또 당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추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 민주당 소속 전 양평군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맞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지금 민주당이 원안을 고집하는 것은 전 양평군수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전직 양평군수의 셀프 특혜 의혹부터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미길에 오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똥볼'을 찬 것"이라며 "지금 탈출구가 필요한 쪽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사업 백지화에 대해 재추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원안과 바뀐 종점을 두고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민 뜻에 따라 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총선 민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왜 양평에 그렇게 대통령 부인 땅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백지화를 선언한 원 장관도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원 장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타워크레인 안전 점검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문에 "거짓 선동에 의한 정치 공세에 민주당이 혈안이 돼 있는 한 사업을 재추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면서 "정치 공세로 가지 않을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정치 공세가 더 강해졌기 때문에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의 공세에 끌려가면 사업도 안 되고 앞으로 유사 사례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거짓 선동에 의한 정치 공세는 확실히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예비타당성 조사안과 대안이 병존하는 형태였고,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노선을 선정하고 있던 과정이었다"며 "변경이 확정됐다고 할 단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백 차관은 이어 "사업 중단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상적인 추진 여건이 허락된다면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면서 "국회 현안 질의 등으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명확해지면 사업이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내에서도 정쟁으로 비화하는 조짐이 보인다. 이날 양평군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개 범군민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출범식에는 전진선 양평군수를 비롯해 경기·양평 지역구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의원직이 박탈된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 윤순옥 양평군의회 의장, 박명숙·이혜원 경기도의원, 송진욱·오혜자·지민희 양평군의원 등이 참석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장명우 공동위원장은 출정 선언문에서 "지난 2008년부터 약 15년간 군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해 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군민의 열망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쟁의 대립과 혼란 속에서 백지화돼 허탈하고 절망적"이라며 "12만5000 양평군민은 남녀노소 여·야 상관없이 지역의 현안이자 숙원 사업인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조속한 재개와 전면 백지화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범대위는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이태영 공동위원장은 "오늘 출범하는 범대위는 그 어떤 정치색도 없이 오직 지역 발전을 바라는 군민들의 염원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특정 정당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가짜뉴스로 (불거진) 모든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전 군수도 "최종 종점인 강상 분기점(JC)을 가짜뉴스로 덮고 특혜 의혹을 제기해 백지화된 현실에 많은 군민이 울부짖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단식 농성 중인 민주당 소속 최영보 양평군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역이 국민의힘 세가 강한 데다 지역도 좁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반대되는 이야기를) 선뜻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양서면 주민들은 양쪽에 눈치 보여서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군의회는 7명의 군의원 중 5명이 국민의힘, 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최 군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저와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원안대로 하라는 단식 농성 중"이라며 "비용이 더 들어가는 걸 8일 만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노선을 왜) 변경했는지 설명해달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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