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생명경시’ 부끄러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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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생명을 살리는 효과'가 검증된 베이비박스를 무차별적으로 불법으로 몰아갈 경우 벌어질 부작용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0년 가까이 자살률 1위를 지켜 오고, 낙태 수술 1위라는 오명을 지닌 현실을 'K팝'에 빗대어 'K생명경시'라 부를 만하다.
생명경시 풍조 속에서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선 단지 개월 수만 따지는 태아의 생명부터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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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아이를 버린 엄마는 며칠 만에 다시 찾으러 오지만, 돈을 벌려는 일당과 끝없는 숨바꼭질을 벌인다. 결국 수년 만에 아이가 ‘기적적으로’ 엄마 품에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배우 송강호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줄거리다. 영화 속 영아 유기와 유괴, 불법 입양은 극적으로 미화됐다는 지적이다.
‘냉장고 영아 유기’에 이어 학교 폭력으로 인한 초등학생의 투신과 유튜버 자살방송까지 생명경시 풍조는 굳어진 분위기다. 이는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민낯일지도 모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0년 가까이 자살률 1위를 지켜 오고, 낙태 수술 1위라는 오명을 지닌 현실을 ‘K팝’에 빗대어 ‘K생명경시’라 부를 만하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뉴스나 탯줄도 자르지 않은 아기를 공중화장실에 유기하는 사례는 또 어떤가. 도덕적 가치나 인간성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곧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곤 한다.
지독한 비관과 생활고, 병마를 마주한 이들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그릇된 생각에 빠질 수 있다.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음이 낫다는 생각 탓이다.
생명경시 풍조 속에서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선 단지 개월 수만 따지는 태아의 생명부터 보호해야 한다. 어머니가 임신하는 순간부터 존엄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생명을 일관된 자세로 존중해야 한다. 의지와 실천의 문제다. 어머니의 태중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그릇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도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인간 생명 존중 의식을 스스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회복 불능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최근 강력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애꿎은 베이비박스는 탓하지 말자. 제도적으로 영아 유기를 합리화한다는 비판에도 극단적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미 불문율이 됐다.
국회에서 발의된 ‘가족관계법 개정안’과 ‘보호출산제 특별법안’은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정치 싸움에 밀려난 인간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들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무관심은 걷어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다.
오상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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