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인간을 넘어 행성 규모로 사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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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지구 평균기온이 17도를 넘어서, 지난 12만500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란 기사를 읽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화, 즉 세계화는 행성적인 사유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유의 폭을 세계로 넓혔으나, 여전히 지구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만, 즉 인간만이 세계를 작동시키는 유일한 행위자라는 듯이 협소하게 바라본다.
따라서 지구의 자연사와 생명의 진화사와 인류의 문명사를 함께 얽어 짜는 새로운 인문학, 즉 행성 중심 사유 양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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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사고 벗어나야 기후위기 대응 가능
재앙의 원인은 인간의 삶 자체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문명을 이룩하고 일상의 편리를 가져온 산업혁명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뒤틀어 버린 결과다. 우리 삶을 바꾸고 산업을 혁신하지 않으면, 파멸의 시한폭탄을 해체할 수 없다. 대홍수가 오기 직전 같은, 이러한 삶의 상황을 성서에선 단 한 줄로 정의했다. “세상은 이제 막판에 이르렀다.” 막판의 삶은 지속될 수 없다. 우리에겐 전혀 다른 삶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사유의 망치, 즉 사람들이 길 잃었을 때 낡은 생각을 부수고 새로운 생각을 이룩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행성 시대 역사의 기후’(에코리브르 펴냄)에서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기후 위기를 넘어서려면 인간 대신 행성 전체를 사유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 간의 심오한 상호 연결성을 인정하는 행성 규모 사고를 우리 사유의 기초로 만들자는 말이다. 자유, 평등, 인권, 관용, 환대 같은 한때 낯설었던 사고방식을 인류 전체의 공통 사유로 삼았듯이 말이다.
자본주의와 그 지구물리학적 되먹임인 기후변화는 오늘날 우리 삶을 규정하는 쌍끌이 힘이다. 자본주의는 단기적인 탐욕과 이윤을 위해 지구를 무자비하게 착취함으로써 행성 시스템 자체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렸다. 그 탓에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지질 시대, 즉 충적세의 온화한 기후가 끝나고 인류세의 뜨거운 지구가 유산으로 남았다. 개인 또는 국가에 초점을 맞춘 낡은 사고로는 행성 규모의 위기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우리에겐 행성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화, 즉 세계화는 행성적인 사유가 아니다. 세계화는 인간이 탐험이나 정복, 과학이나 기술, 상업적 교류나 여행 등을 통해 얻어낸 감각 체계다. 이는 우리 사유의 폭을 세계로 넓혔으나, 여전히 지구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만, 즉 인간만이 세계를 작동시키는 유일한 행위자라는 듯이 협소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생명체 진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기후변화 같은 물, 공기, 대지 등 지구의 역동은 인간이 생명의 주인도, 세상의 중심도 아님을 선연히 보여 준다. 생명은 인간적 세계를 무너뜨리는 우발성을 보여 주고 기후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는 우리를 무지에 빠뜨려 지식의 위기로 몰아넣을 뿐이다.
따라서 지구의 자연사와 생명의 진화사와 인류의 문명사를 함께 얽어 짜는 새로운 인문학, 즉 행성 중심 사유 양식이 필요하다. 이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찰을 융합해 지구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쳐 왔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면서, 인간이 지구에 미쳐 온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고는 새로운 삶을 만들고, 기후 위기의 대홍수에서 우리의 방주가 될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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