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때린 70대 아버지, 경찰 순찰차서 극단적 선택

50대 아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은 70대 아버지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지구대로 호송되던 중 순찰차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관들은 피의자의 소지품을 확인하지 않은 데다 수갑을 채우지 않은 채 순찰차 뒷좌석에 홀로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

10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한 주택에 사는 A(77)씨가 자택에서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것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소방 당국으로부터 공조 요청을 받은 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출동해 50대 아들의 머리 등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피해자의 아버지인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이어 그를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이동했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를 뒷자리에 홀로 앉혔고 운전하던 경찰관 외 다른 한 명은 조수석에 탑승한 상태였다. 피의자에 대해 수갑도 채우지 않았다.

순찰차가 지구대에 도착한 시간은 현장에서 불과 5분여 거리였으나, 그 사이 A씨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마셨다.

경찰은 A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발버둥 치는 모습을 뒤늦게 확인하고 나서야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119에 연락해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당시 A씨 복장 내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수갑도 채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들은 A씨가 고령이고 연행에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응해 뒷자리에 태워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수갑 등 사용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현행범 체포 시 수갑을 사용해야 한다. 피호송자 포박 전 안전 호송에 필요한 신체 검색을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날 경찰관이 규정대로 A씨에게 수갑을 사용하고 신체 검색을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의 초동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감찰을 통해 피의자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