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취업하기 유리해요”…한국 유학생 1위 중국, 2위는?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3. 7. 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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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새 2배 늘어 16만6869명
유학비자 심사기준 완화에
외국인 유학생 더 늘어날 듯
언어능력·한국사회 적응 관건
‘묻지마’ 유치시 대학경쟁력 하락 우려도
한성대 국제여름학교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들이 초복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한국의 여름 나기 풍습을 체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코로나19로 감소했던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지난해 엔데믹을 기점으로 다시 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재정난에 빠진 국내 대학들의 유학생 유치 노력과 한류 인기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16만6869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8만4891명에 불과했지만 8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2020년부터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유학생 수가 2년 연속 감소했으나 2022년 들어 급반등하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16만165명) 수준을 넘어섰다.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국내 대학들이 외국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재정난과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광주 호남대의 경우 지난 4∼5월 중국 자매대학 20여 곳에서 입시 관련 홍보를 진행했고, 대구 계명대는 지난해 8차례에 걸쳐 몽골·베트남 등의 고교와 협력 대학을 방문해 입학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미 재학생 대부분이 외국인 유학생인 곳도 있다. 강원도 속초 인근에 있는 한 대학의 경우 야간반에 다니는 지역 직장인과 군인들을 제외하면 재학생의 99%가 인도·네팔 등에서 온 외국인이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 K팝 등 한류 인기에 힘입어 한국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베트남 유학생의 비중은 2018년 19%에서 지난해 22.7%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유학생 수는 3만7940명으로, 1위인 중국(6만7439명)의 60%에 육박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베트남의 한류 인기가 높은데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취업에도 유리하다는 점이 베트남 유학생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학생에 문호를 더 넓게 개방하면서 앞으로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지난 3일부터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유학 비자 발급 시 필요한 재정능력 심사 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학위과정 유학생은 2만달러(약 2600만원)에서 원화 2000만원으로, 어학연수생은 1만달러(약 1300만원)에서 원화 1000만원으로 심사기준이 낮아졌다. 특히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 유학생은 학위과정 1600만원, 어학연수생은 800만원 상당의 재정능력을 입증하도록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제한도 대폭 완화됐다. 전문학사 및 학사과정 학생들에게 허용되는 시간제 취업시간은 주당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확대됐고, 단순노무 분야 외 전문 분야의 인턴 활동도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구인난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유학생의 취업 및 국내 정착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학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경제발전에 따른 국가·기업의 위상 상승과 한류 인기 등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외국인 유학생 급증에 따른 교육 환경 악화와 외국인 서울 쏠림현상 심화 등이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팬데믹을 거치며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이탈 비중도 눈에 띄게 늘어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국내 일반대학 재적 외국인 유학생 중 자퇴 등을 이유로 학업에서 중도 이탈한 학생 비율은 2019년 5.3%에서 2021년 7.3%로 늘었다. 전문대학의 경우 중도이탈율이 8.2%(2021년 기준)로 더 높은 상황이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언어 장벽이 거론된다.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정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의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TOPIK 3급은 일상생활에서의 기초적인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한 수준으로 심도 깊은 대학 강의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는 게 교육업계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은 계속 늘어나는데 한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가르치기 어렵다는 교수님들이 꽤 있다”며 “외국인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선 상담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 지방 소재 대학 교수는 “한국어로 시험 답안을 거의 작성하지 못한 외국 학생들이 무조건 학점을 달라고 애원해 매 학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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