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호출”…여경에게 접대 요구한 파출소장에 ‘구두 경고’
[앵커]
서울의 한 파출소장이 지역 유지라는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 등에 여경을 불러내 사실상 접대 업무를 시켜서 감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갑질로는 볼 수 없다며 경고 처분만 받았고, 피해자와 분리하는 조치도 당사자가 요구한 뒤에야 뒤늦게 이뤄졌습니다.
최인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A 경위는 소장에게 식사 자리에 오란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갔더니 웬 80대 남성이 앉아 있었는데, 지역행사 등에 기부금을 내온 유지라고 했습니다.
소장은 그러면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권했습니다.
[A 경위/음성변조 : "관내 건물을 소유하고 계시고 새마을금고에도 돈을 많이 저축을 하셔가지고 그걸로 먹고 살 만한 유지다."]
8일 뒤, 소장에게선 또 연락이 왔습니다.
"회장님의 호출이다 사무실에 잠깐 왔다 가라"는 문자였습니다.
[파출소장/음성변조 : "우리 회장님께서 승진 시켜준대. 똘똘하게 생기셨다고. 너무 칭찬 많이 하셔. 빨리 와서 사진만 좀 가져가시라는데."]
어쩔 수 없이 갔더니 복도에는 식사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비슷한 사진들과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A 경위/음성변조 : "저는 그분이랑 식사를 왜 해야 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고요. (사진도) 저는 안 찍겠습니다. 이렇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막 찍으라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소장은 근무 시간에 A 경위에게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해 둘이서 암벽 등반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상한 지시가 반복되자 A 경위는 결국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
근무 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갑질이나 강요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감찰이 이뤄지면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는 분리가 원칙인데, A 경위가 이미 병가를 냈다며 2개월 간 인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7일 A 경위가 내부망에 문제 제기를 하자 당일 오후에야 해당 소장을 인사 발령냈습니다.
해당 파출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 자신은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KBS 뉴스 최인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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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기자 (in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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