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신지애 [만물상]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2023. 7. 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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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지 25년이다. 그 드라마를 보고 골프를 시작해 한국 여자 골프 전성기를 만든 ‘세리 키즈’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최나연과 김하늘은 은퇴했고 박인비는 석 달 전 출산했다. 유독 신지애만 열 살쯤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며 여전히 정상급 성적을 낸다. 올 시즌 일본 투어 2승을 올렸고 준우승을 3번 했다. 지난달 일본 투어 통산 30번째, 전 세계 통틀어 6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중3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읜 신지애는 함께 중상을 입은 동생들을 돌보며 피눈물 나는 훈련을 이어갔다. 155㎝ 작은 키와 어려운 가정 형편을 지독한 연습과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2008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미LPGA 투어 11승을 쌓았다. 장타력이 없어도 정확성이 뛰어났고 담력과 집중력을 앞세워 역전승을 거듭해 ‘파이널 퀸’ 별명을 얻었다. 2010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14년 신지애는 일본 투어로 옮기겠다고 선언하고 미LPGA 투어 카드를 반납했다. 그는 미국에서 손바닥 수술과 허리 부상 등에 시달렸고, 스윙 교정을 시도했다가 감각을 잃어 부진했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가 일본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동안 스폰서 기업을 구하지 못해 로고 없는 흰 모자를 썼다.

▶신지애는 일본 투어에 전념한 첫해부터 우승을 쌓아나갔다. 가족과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골프를 하면서 감을 되찾아나갔다고 한다. 몸관리를 철저히 해 2018년 일본 투어 사상 최초로 한 시즌 메이저 대회 3승 기록을 세웠고, 이듬해 1년 평균 타수 70타 벽을 처음 깼다. 현재 상금 랭킹 2위인 그가 1위에 오른다면 한·미·일 3국에서 상금왕을 차지해본 최초의 선수가 된다.

▶10일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서른다섯 살 신지애를 많은 팬이 반가워했다. 4년 만에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그는 전성기로 되돌아간 듯 정교한 샷과 노련한 운영,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여줬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한 그는 “1·2라운드에선 어린 선수들 힘과 스피드를 따라 하려다 템포를 놓쳤다. 3라운드부턴 내 게임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세대를 지켜보며 감명받았고,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내일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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