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공서 바그너 용병 철수 확인…안보 공백 현실화되나
주민들 “반군 장악할라” 걱정
시리아선 IS 공격 노출 우려
지난달 무장 반란 사태 이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시리아에서 철수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WSJ는 현지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지난 5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바그너 그룹 기지 세 곳에서 8대의 장갑 차량이 출발하는 등 100~200명의 용병들이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후 바그너 그룹과 계약한 러시아 일류신 항공기가 수도 방구이 공항에서 러시아를 향해 출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6일 오후 방구이 공항을 떠난 또 다른 바그너 그룹 항공기는 바그너 용병 모집 센터가 있는 러시아 남서부 튜멘에 착륙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바그너 그룹과 협력해온 러시아 교관 알렉산더 이바노프는 WSJ에 그동안 물류 문제로 지연됐던 인력 교체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영구적인 철수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지 인근 주민들은 기지를 떠난 용병을 대신해 새로 도착한 용병들의 숫자가 15명에 불과한 데다 용병들이 조리 기구부터 매트리스까지 물건을 죄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반란 사태 직후 시리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바그너 그룹이 관리해온 사업 주체가 바뀔 것이라고 통보했다.
바그너 그룹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13개 국가에서 권위주의 정권이나 반군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광산 채굴권이나 항구 이용권 등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이권을 챙겨왔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인 관련성을 부인해왔지만, 바그너 그룹은 해당 국가에서 러시아가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일부 주민들은 바그너 용병들이 떠난 자리를 반군들이 장악할까봐 두려워한다고 WSJ는 전했다. 바그너 용병들이 떠난 기지 인근의 한 주민은 “지금 공동체가 (두려움 때문에) 거대한 정신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012년 말부터 정부와 반군, 군벌 사이에 무력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정부군을 지원하는 대가로 다이아몬드 광산과 금광 채굴권을 소유해왔다.
시리아에서도 바그너 용병 철수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시리아 정부 고문은 WSJ에 시리아 정부는 바그너 용병들이 철수할 경우 남부 팔미라의 유전과 가스전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은 시리아 용병 집단인 ISIS 헌터와 함께 팔미라 유전과 가스전을 지켜주는 대가로 유전과 가스전에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챙겨왔으나 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용병들을 철수시키고 그 자리를 ISIS 헌터 대원들로 대체했다. WSJ는 전직 시리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의 바그너 용병들이 반란 사태 당시 러시아 국방부가 관리하던 시리아 항구도시 라타키아의 공항을 점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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