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 사인회서 ‘속옷 검사’…“너무 수치스러웠다”
팬들, 소속사 일방적 통제에 ‘퇴장당할까’ 이의제기도 못해
논란에도 하이브 별도 입장 없이 사인회 주최 측만 “사과”
“골이라고 해야 하나요? 거기를 눌러보고 (속옷) 컵 아래쪽을 눌러보고. 팔뚝 쪽도 꽉 잡아서 보고. 아예 그냥 속옷 자체를 눌렀어요.”
글로벌 아이돌 그룹 ‘앤팀’(사진)의 대면 팬 사인회가 열린 지난 8일 행사에 참석한 A씨(22)는 아이돌 멤버들을 만나러 무대에 올라가기 전 예상치 못한 ‘몸 수색’을 당했다. 사전 예고는 없었다. 팬들이 속옷에 전자기기를 넣어두고 아이돌과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A씨는 1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자기기를 갖고 (무대에) 올라갈 수 없다’는 공지는 있었지만, ‘신체검사를 하겠다’는 공지는 따로 없었다”고 했다. 그는 행사 측 직원들이 “가슴 부분을 다 직접 만져서 검사를 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하이브 레이블즈(하이브)의 아이돌 그룹 팬 사인회에서 “녹음기를 소지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팬들을 대상으로 속옷 수색 작업이 벌어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팬들은 “동의 과정 없이 수치심을 유발하는 속옷 검사를 한 것은 인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하이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소재 CTS 아트홀에서 글로벌 아이돌 그룹 ‘앤팀’의 대면 팬 사인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주최 측은 팬들이 녹음기 등을 소지해 멤버들과의 대화 내용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팬들을 대상으로 신체 수색에 나섰다.
이날 팬 사인회에는 팬 100여명이 있었으며, 무작위로 속옷 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A씨와 같이 팬 사인회 당시 몸 수색을 당했다며 불쾌함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인회에 참석했다는 팬들은 “너무 수치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옷을 올렸는데 어떤 분이 들어오셔서 봤다. 인권 바닥이 된 기분” 등의 반응을 남겼다.
소속사나 행사 주최 측이 녹음·촬영 기기 반입을 단속하겠다는 이유로 콘서트장이나 팬 사인회에서 팬의 몸을 수색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엑소의 2016년 북미 콘서트, 필리핀 마닐라 콘서트에서도 보안요원의 과도한 몸 수색이 논란이 됐다.
팬들은 소속사에 팬 사인회나 콘서트장 출입·퇴장 권한이 있고, 아티스트를 만나기가 워낙 어려워 소속사의 일방적 통제에 대해 현장에서 즉각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팬 사인회에서는 소속사가 녹음기기를 찾겠다고 주머니 검사를 하고, 무대 위로 할 말을 적은 대본을 못 가져가게 제한하기도 했다”며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100만원대 돈을 들였고, 한국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티스트를 어렵게 만날 기회였는데, 항의하면 퇴장당할까 항상 소속사에 별다른 얘기를 못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팬 사인회를 주최한 위버스는 공지문을 통해 “전자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여 이를 확인하는 보안 보디 체크가 여성 보안요원에 의해 진행됐고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하신 팬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드리게 됐다”며 “아무리 보안상의 이유라고 해도 그것이 팬분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사과했다. 소속사 하이브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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