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방류 반대 여론’ 낮은 건 정부가 정보 통제하기 때문”
“일본 정부 ‘처리수’로 선전에
한국 정부는 일본 주장 대변”
한·일 국민 온도차 이유 설명
탈핵생명운동 등 연대 계획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현하며 능란하게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퍼붓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도 오염수가 끼칠 영향에 관해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국민들도 정보를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염수 투기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황이다.”
후지타니 사토코 일본YWCA 회장은 10일 오전 서울 명동 한국YWCA 사무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도쿄전력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일 국민 간 온도차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의견은 50%가 채 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85.4%가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피해를 겪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까지 경험한 일본에서 도리어 반대 의견이 적은 이유에 대해 후지타니 회장은 일본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후지타니 회장은 “일본YWCA가 현지에서 40년 넘게 다양한 시민단체와 핵발전소(원전) 반대 활동을 펼쳐왔지만, 정작 오염수의 위험성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의 상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한국YWCA 주제강연을 들으며 정확하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후지타니 회장을 비롯해 일본YWCA 관계자 10명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한국에서 열린 한·일YWCA협의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동아시아 생명과 평화’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활동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YWCA와 한국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IAEA가 발표한 최종보고서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탱크 1070개 중 단 3개의 탱크에서 떠준 샘플 3건 분석을 통해서만 도출된 내용이다. 첫 번째 샘플을 제외하고 2·3번 샘플은 탱크 내 바닥에 있는 슬러지(침전물)를 포함해 위아래 전체 오염수를 섞는 교반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IAEA는 ‘탱크 간 균질성이 입증되고 샘플링도 적절하다’고 적시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폐로를 30년 내에 끝내겠다고 하지만 일본원자력학회는 폐로까지 3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오염수를 필터링하기로 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또한 62개 핵종을 안전한 수준으로 처리할 수 없어 IAEA는 모니터링 핵종을 30개로 축소하는 데 동의한 상황이다. IAEA와 도쿄전력은 기준치를 넘어서는 오염수는 다시 알프스로 계속 처리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오염수 해양 방출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녹아내린 원전 핵연료에는 스트론튬-90, 플루토늄 등 고독성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는데, 폐로 과정에서 더 독성이 강하고 많은 양의 오염수가 발생해 바다로 흘러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수산나 한국YWCA 시민운동국장은 “알프스는 오염수 농도를 희석할 뿐 핵종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한다”며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며 언론을 호도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국민이 아닌, 일본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YWCA는 이날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진행하는 것은 핵발전 진흥을 위한 국가 폭력”이라며 “일본 정부는 주변국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쓰루야마 유코 일본YWCA 간사는 “일본의 오염수 투기 결정은 대화와 참여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고 경제만 생각하는 졸속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예림 한국YWCA연합회 대학청년협의회 기획국장도 “IAEA의 최종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자료에만 의존한 것이며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일 YWCA는 앞으로 힘을 합쳐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을 알리고 오염수 투기를 막기 위한 활동을 연대해나갈 계획이다. 원영희 한국YWCA 회장은 “한·일 YWCA는 48년간 교류하며 위안부 문제, 탈핵운동 등에 뜻을 같이해왔다”며 “우리는 오염수 피해를 겪게 될 청년들과 함께 핵 폐기를 위한 연대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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