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영업방’ 밀탐기···세력들, 적발보다 두려운 건 ‘사고’

박채영 기자 2023. 7. 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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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방’ 운영 어떻게 하나
텔레그램 ‘홍보방’에 올라온 카카오톡·텔레그램·구글 등 계정 판매 글. 화면 캡처
고수익을 내세우며 수급팀을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홍보방’. 화면 캡처
‘재단’이 주가조작 종목 정하면
주식 유튜브·리딩방 수급 투입
자신들의 회원 속여 매수 유도
브로커는 수급팀 실적별 ‘정산’
“단속은 10년 전에도 있었어요”

“요율은 6%입니다. 몇개 정도 들어올 수 있으세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업으로 삼는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홍보방에서 ‘주식 수급’을 홍보하던 A씨는 업무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먼저 “몇개(몇억원) 정도 들어올 수 있냐”고 물어봤다. 시세조종을 계획 중인데, 주식을 매입해 우상향 그래프를 만드는 데 동원할 수 있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시세조종에 관심이 있는 주식 리딩방 운영자를 가장해 주가조작 브로커를 만나 이들의 영업 방식을 들어봤다. A씨는 이후에도 “최대 월 케파(capacity·용량)가 어느 정도 되냐” “관리하고 있는 리딩방 회원은 몇명이냐” 등을 물어봤지만, 30분가량 대화를 하는 동안 회사 이름도, 자신의 이름도 공개하지 않았다.

주가조작 세력·리딩방, 어떻게 돈 벌까

이들이 말하는 주가조작 세력은 대상 종목을 정하는 ‘재단’과, 재단의 의뢰를 받아 수급팀을 모집하는 ‘브로커’, 주식 리딩방이나 유튜브를 운영하며 회원(피해자)들을 속여 해당 주식을 사도록 하는 ‘수급팀’으로 나뉘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주가조작 작전을 앞두고 수급팀을 모집하는 브로커였다. A씨는 “회원들의 주식 매수 내역을 사진 찍어서 보내주면 된다”며 “요율은 6%다. 처음에 매수 인증을 하면 4%를 먼저 드리고, 나머지 2%는 2~3주 후에 홀딩(보유) 인증까지 해주면 드린다”고 안내했다. 리딩방 회원들이 작전주를 매수하면 리딩방 운영자에게 그 실적에 따라 정산을 해주는데 처음 매수했을 때와 약속된 기간까지 보유했을 때 두 번으로 나눠서 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원들을 시켜 1억원을 매수했으면 총 600만원을 주는데, 400만원은 매수 인증을 한 날에 지급하고 200만원은 2~3주 동안 보유하고 있었던 것까지 인증하면 주겠다는 것이다. 정산을 두 번에 나눠서 하는 이유에 대해 A씨는 “자기 리딩방 회원들을 익절매시키고 튄 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단이나 브로커가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기 전에 수급팀이 운영하는 리딩방 회원들이 주식을 파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는 조치다.

전화로 연락을 취해본 또 다른 주가조작 브로커 B씨의 영업 방식도 비슷했다. B씨는 “요율은 앞단(매수)에 4%, 홀딩에 1%”라고 말했다. “정산은 어떻게 해주냐”고 묻자 “관리하고 있는 회원들의 그날 매수단가, 시간, 금액이 나오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당일 정산을 해준다”고 말했다.

“단속은 10년 전에도 있었는걸 뭐”

브로커와 수급팀은 경찰이나 감독당국의 추적을 피하고자 정산금은 무조건 현금으로 주고받았다. 정산 방법에 대해 A씨는 “3시 반에 장 마감하고, 7~8시쯤에 사무실로 와서 받아가도 되고 보통은 카페에서 만나서 현금으로 주고받는다”며 “정산이 불안하면 사무실에 직접 와서 작업하고 돈을 받아가도 된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주가조작 업체 운영자 B씨도 “퀵은 안 되고 사무실에 와서 받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30분가량 만나 대화를 하면서도 A씨는 기자에게 이름이나 법인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 A씨에게 일하고 있는 법인 이름을 물어보자 “저희가 법인이 어딘지는 오픈해두지 않는다”며 답을 피했다. 몇억원이 오가는 거래를 이야기하면서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A씨는 “이 일이 따로 계약서를 쓰기도 그렇지 않냐. 계약서는 쓸 필요 없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세력은 사고를 걱정하면서도 적발될 것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불공정거래 특별단속 기간을 언급하며 “요즘 단속이 심해져서 걱정이다. 주가 흐름 이상한 종목들은 들여다보고 잡는다던데, 문제없는 것 맞냐”고 묻자 A씨는 “잡는다고요?”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그는 “그런 거는 솔직히 10년 전에도 있었다. 이쪽 일 오래 했으면 아실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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