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이러지도 저러지도…제주 바다 점령한 파래, 어찌하오리까
[앵커]
제주도의 한 해수욕장이 파래로 뒤덮였습니다.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방파제 때문인데요. 방파제를 없애자니 태풍이 걱정이고, 그냥 두자니 온통 파래밭이라 다른 해양생물들이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리발도 소용없습니다.
주변은 온통 초록색 파래로 뒤덮였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하얗게 썩어버립니다.
치우고 또 치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악취도 심합니다.
[강성호/제주 서귀포시 신양리 어촌계장 : 재앙이죠, 재앙. 장마철 되면 맞바람 불 때는 파래 썩은 내로…]
하늘에서 살펴봤습니다.
300여 미터의 해변 전부 파래로 뒤덮였습니다.
파도에 밀려 담처럼 쌓여 그대로 굳었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현장에 직접 가봤습니다.
[최선경/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 파래가 이대로 찢어져도 얘는 얘대로 자랍니다. 빛을 받으면 광합성을 통해 계속 자랄 수가 있는 거죠.]
이곳엔 여름철에만 1만여 톤의 파래가 쌓입니다.
[최선경/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 정상적인 생태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적당한 빛과 수온 등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다에 들어와봤습니다.
직접 걸어보니 파래가 발에 자꾸 걸립니다.
물 반 파래 반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바닷물이 빠지고 모래밭이 드러났습니다.
이곳은 원래 해수욕장인데 이렇게 파래가 많이 쌓였습니다.
단 몇시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광숙/제주 서귀포시 신양리 이장 : 이거 완전 파래밭이죠, 파래밭. 어느 날 갑자기 오니까 습격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파래가 이곳을 점령한지 벌써 20년째입니다.
1990년대 설치한 방파제가 문제였습니다.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들어왔다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겁니다.
[최선경/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 구멍이 작아지는 병목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만 안에 있는 높은 영양염의 물들이 한 번에 다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파래가 많아지면 다른 해양생물들은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정순자/해녀 : 다 죽어가잖아. 조개, 보말 같은 것. 파래가 덮으니까 숨을 쉬지 못해서.]
[김순화/해녀 : 이 정도만 그렇겠습니까? 많이 올라오면 다리 정강이까지 막 올라오니까.]
관광객도 발길을 돌립니다.
[박새영/경기 수원시 : 바다 같지 않아요. 사막에 12시간 정도 비가 쏟아지고 나면 풀이 자란다고 하거든요. 그런 느낌이…]
파래는 가축의 사료로 쓸 수도, 사람이 먹을 수도 없습니다.
[정수웅/제주 서귀포시 : {이거 다 어떻게 해야 해요?} 밭에 거름도 안 돼요. {먹을 수도 없는 거죠?} 네.]
그렇다고 당장 방파제를 없앨 수도 없습니다.
태풍 피해를 막고 고기잡이배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청 해양산업과 : (파래를) 수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고. 방파제를 설치한 이유가 있을 텐데 파래 때문에 제거했을 때는 또…]
파래를 없애는 데 매년 1억원 넘게 들어갑니다.
지자체는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파래의 성질을 자원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주민들이 파래의 습격이라고 표현할 만큼 제주 바다는 초록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수중촬영 : 프리다이버 최윤경 /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배장근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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