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생에너지보다 원전 더 짓자는 급변침, 한국만 거꾸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이창양 장관이 주재한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다수 민간위원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민간의 제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산업부는 2025년 수립 예정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원전은 찬반 여론이 크게 갈리는 사안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새로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도, 어떤 크기로 몇 기나 지을지, 장소는 어디로 할지, 주민들 설득은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간 쪽에선 6기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판이니 종잡을 수 없다.
산업부의 이날 발표는 신한울 3·4호기 외에 신규 원전 건설은 없다는 대통령실 설명과 배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중에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국가들과 원전 기술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신규 건설로 해석돼 파장이 일자 대통령실은 “신한울 3·4호기를 지칭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선 그 이상 지을 계획은 없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는 상업용 원자로 25기가 가동 중이다. 울진 신한울 2호기와 울주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이고,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신한울 3·4호기를 착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산업부는 반도체와 2차전지 공장에 전력공급 능력을 대폭 확충하기 위해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백번 양보해 경제성장을 위해 원전 수요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새 원전에서 나오는 핵쓰레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폐연료봉 등은 고열·방사선을 내뿜는 치명적인 물질이라 사람이 닿지 않는 곳에 완전 격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엔 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을 짓겠다고 의결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더욱 요원하다. 이런 방폐시설과 새 원전 부지도 확보되지 않은 채 원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한국의 원전 비중은 30.2%로 이미 충분히 높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면서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원전 만능주의에 빠진 윤석열 정부의 독단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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